"또 다른 이태원 참사 막으려면…도시계획부터 다시 짜야" [이송렬의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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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인터뷰
"이태원역 인근 기반시설 확충 필수"
"용산구 호재, 이태원 상권에 긍정적"
"이태원역 인근 기반시설 확충 필수"
"용산구 호재, 이태원 상권에 긍정적"
2022년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으로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동이 제한돼오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태원동 119의 3번지 일대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됐다. 당일 오후 10시15분께 '사람이 깔려있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다. 불과 5분 뒤 이 골목에 여러 명이 깔려 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3m 정도로 폭이 아주 좁은 골목에 다수의 인파가 엉키면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나왔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48·사진)는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부동산 전문가 관점에서 봤을 때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울시의 잘못된 도시계획이 빚어낸 참사"라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 지적도를 살펴보면 일반상업지역을 중심으로 바로 옆에 준주거지역이 붙어있다. 뒤로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밀집해있다. 용도지역 지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용도지역이 비정상적으로 배치된 것도 문제지만 용도지역에 맞는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참사가 일어난 119의 3번지 골목은 4m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좁은 골목길"이라면서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이 만나는 곳인데, 차 한 대도 지나가지 못할 수준의 도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상업지역이든 준주거지역이든 용도지역에 맞는 사회 기반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들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도시계획을 잘못한 시에 책임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미 벌어진 참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해선 서울시가 하루빨리 도시계획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나서서 도시 계획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며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면 지역에 맞게끔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고 당국 차원에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을 통해 정비를 시작하면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도 "토지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시간은 더 소요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시가 과감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태원 상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100억원 규모로 특별 발행했다. 이 상품권은 이태원 1·2동, 한남동, 보광동, 서빙고동, 용산 2가동 소재 용산사랑상품권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10% 특별할인이 적용된다. 김종율 대표는 상권이 위축된 이유로 상권의 특징을 꼽았다. 그는 "이태원 상권은 판매점보다는 음식점 위주로 상권이 발달했다"며 "요식업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이다보니 '만남'이 목적일 수 밖에 없고, 이번 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이태원 상권은 과거부터 외국인들이 많아 서울 내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며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은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태원만의 특징이 명확한데다 각종 개발호재도 있기 때문에 결국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동이 있는 용산구는 각종 개발 호재가 있다. 2021년 한미연합사령부가 평택 미군기지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될 예정이고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도 대기 중이라 일대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용산구에서 이뤄질 각종 개발 사업은 향후 이태원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김종율 대표는 "용산구에서 진행될 각종 개발 호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신당동 상권이 '힙당동'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 상권이 뜨게 된 이유는 수천가구에 가까운 왕십리 뉴타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정비사업 등을 통해 용산구 정주 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인근에 있는 이태원 상권이 뜰 가능성이 높다"며 "이 밖에 국제업무지구 조성, 공원 개발 등을 통해 유동 인구가 더 늘어나게 되면 이태원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태원 상권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율 대표는 2002년 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한국미니스톱 편의점 점포개발본부에서 부동산 법제 업무를 맡았다. 이어 2006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점포건설부문에 몸담았다가 2007년 7월부터 2011년 11월까지는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 점포개발 부문에서 일했다. 현재는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김종율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고 건국대, KBS, 국민은행 등에서 부동산 강의를 하고 있다.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하지만 이태원동 119의 3번지 일대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됐다. 당일 오후 10시15분께 '사람이 깔려있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다. 불과 5분 뒤 이 골목에 여러 명이 깔려 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3m 정도로 폭이 아주 좁은 골목에 다수의 인파가 엉키면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나왔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48·사진)는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부동산 전문가 관점에서 봤을 때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울시의 잘못된 도시계획이 빚어낸 참사"라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 지적도를 살펴보면 일반상업지역을 중심으로 바로 옆에 준주거지역이 붙어있다. 뒤로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밀집해있다. 용도지역 지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용도지역 비정상적 배치…알맞는 기반시설도 없어
김종율 대표는 "도시를 계획할 때도 땅의 용도를 순서에 맞게 배치를 해야 하는데, 이태원역 인근에는 용도가 전혀 다른 지역이 한 데 모여있는 꼴"이라며 "쉽게 설명하면 대학생은 대학생끼리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끼리 어울리거나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등 순차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이 지역은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한 데 모여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용도지역이 비정상적으로 배치된 것도 문제지만 용도지역에 맞는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참사가 일어난 119의 3번지 골목은 4m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좁은 골목길"이라면서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이 만나는 곳인데, 차 한 대도 지나가지 못할 수준의 도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상업지역이든 준주거지역이든 용도지역에 맞는 사회 기반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들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도시계획을 잘못한 시에 책임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미 벌어진 참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해선 서울시가 하루빨리 도시계획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나서서 도시 계획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며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면 지역에 맞게끔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고 당국 차원에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을 통해 정비를 시작하면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도 "토지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시간은 더 소요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시가 과감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참가 이후 적막한 이태원 상권… "용산구 각종 호재 긍정적"
이태원 상권은 어떻게 될까. 이태원 일대는 지난 참사 이후 얼어붙은 상태다. 연말 대목인 성탄절에도 거리는 한산했고, 올해 들어서도 이런 분위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 후 이태원 일대 매출은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11월 24일 기준 이태원 1동 매출은 61.7% 감소했고, 2동은 20.3% 줄었다. 유동 인구도 1, 2동 각각 30.5%, 0.6%씩 줄었다.정부는 이태원 상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100억원 규모로 특별 발행했다. 이 상품권은 이태원 1·2동, 한남동, 보광동, 서빙고동, 용산 2가동 소재 용산사랑상품권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10% 특별할인이 적용된다. 김종율 대표는 상권이 위축된 이유로 상권의 특징을 꼽았다. 그는 "이태원 상권은 판매점보다는 음식점 위주로 상권이 발달했다"며 "요식업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이다보니 '만남'이 목적일 수 밖에 없고, 이번 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이태원 상권은 과거부터 외국인들이 많아 서울 내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며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은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태원만의 특징이 명확한데다 각종 개발호재도 있기 때문에 결국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동이 있는 용산구는 각종 개발 호재가 있다. 2021년 한미연합사령부가 평택 미군기지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될 예정이고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도 대기 중이라 일대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용산구에서 이뤄질 각종 개발 사업은 향후 이태원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김종율 대표는 "용산구에서 진행될 각종 개발 호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신당동 상권이 '힙당동'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 상권이 뜨게 된 이유는 수천가구에 가까운 왕십리 뉴타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정비사업 등을 통해 용산구 정주 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인근에 있는 이태원 상권이 뜰 가능성이 높다"며 "이 밖에 국제업무지구 조성, 공원 개발 등을 통해 유동 인구가 더 늘어나게 되면 이태원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태원 상권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율 대표는 2002년 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한국미니스톱 편의점 점포개발본부에서 부동산 법제 업무를 맡았다. 이어 2006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점포건설부문에 몸담았다가 2007년 7월부터 2011년 11월까지는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 점포개발 부문에서 일했다. 현재는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김종율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고 건국대, KBS, 국민은행 등에서 부동산 강의를 하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