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숨죽인 비윤계…완성된 '윤석열의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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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서 갈수록 힘 얻는 尹心
나경원 주저앉히며 '다른 목소리' 사라져
입당 1년 반만에 私黨화 했다는 비판도
이회창 총재체제 이후 최대 장악력 나타내
나경원 주저앉히며 '다른 목소리' 사라져
입당 1년 반만에 私黨화 했다는 비판도
이회창 총재체제 이후 최대 장악력 나타내
"저는 한동안 귀머거리, 벙어리로 살기로 했습니다. 난처한 질문 하지 말아주세요."
정치권에서 비윤계로 분류되는 한 여당 의원은 최근 '나경원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친윤과 거리를 유지해 온 다른 의원도 "당분간 조용히 지낼 생각"이라며 "전당대회 이후에나 이런 저런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에서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여러 당권 후보가 약진하며 다양한 주장을 제기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25일 나경원 전 의원이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심은 더 큰 힘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윤 대통령은 여당에 특별히 신세졌다고 할만한 부채의식이 없었고, 여당 의원들도 윤 대통령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정권 출범 초기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화학적 융합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선 10개월만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윤 대통령에 대한 나경원 전 의원의 사과를 요구한 초선 48인의 공동성명이 단적인 예다. 당일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에 유감을 표명한지 2시간되 채 되지 않아 초선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나 전 의원을 비판했다.
20년 가까이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일한 한 보좌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공개 비판한 적 있었지만 의원들이 단체로 옹호한 적은 없었다"며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도 여기서는 자유롭지 않다. 상당수가 지역구를 내려놓고 험지 출마 요구를 윤 대통령측에서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모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공천을 확신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소속 출마를 감수한다는 생각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는 공천을 위해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윤심을 벗어난 인사에 대한 공격은 때때로 가혹할 정도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헌·당규를 바꾸면서 끌어내렸다. 나 전 의원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여당 출신 광역지자체장까지 합심해 십자포화를 가했다.
'공포정치'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같은 사례들은 초선이 많은 현 국민의힘 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비중은 57%로 더불어민주당(49%)보다 높다. 공천 갈등과 2020년 총선 패배로 중진 의원들이 21대 국회에 발을 들이지 못한데 따른 결과다.
정치권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은 지역구 기반이 취약해 공천에 더욱 목을 맬 수 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윤심에서 어긋나지 않으려 노심초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정치권에서 비윤계로 분류되는 한 여당 의원은 최근 '나경원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친윤과 거리를 유지해 온 다른 의원도 "당분간 조용히 지낼 생각"이라며 "전당대회 이후에나 이런 저런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에서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여러 당권 후보가 약진하며 다양한 주장을 제기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25일 나경원 전 의원이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심은 더 큰 힘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MB, 박근혜보다 장악력 강해"
윤 정부가 출범한 작년 5월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는 미지수였다.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3개월 뒤 대선주자가 되고, 이듬해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정치 경험이 짧았다.그만큼 윤 대통령은 여당에 특별히 신세졌다고 할만한 부채의식이 없었고, 여당 의원들도 윤 대통령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정권 출범 초기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화학적 융합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선 10개월만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윤 대통령에 대한 나경원 전 의원의 사과를 요구한 초선 48인의 공동성명이 단적인 예다. 당일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에 유감을 표명한지 2시간되 채 되지 않아 초선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나 전 의원을 비판했다.
20년 가까이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일한 한 보좌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공개 비판한 적 있었지만 의원들이 단체로 옹호한 적은 없었다"며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與 의원들, 공천 의식 결과
이같은 장악력을 나타낼 수 있는 비결로는 총선 공천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가장 크게 꼽힌다. 윤 대통령과 여당 현역 의원 대부분의 인연이 일천한만큼 내년 총선 공천에서 상당수가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영남 등 여당의 텃밭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공천을 받기 어려울 거라는 예측이 지난해부터 제기된다.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도 여기서는 자유롭지 않다. 상당수가 지역구를 내려놓고 험지 출마 요구를 윤 대통령측에서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모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공천을 확신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소속 출마를 감수한다는 생각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는 공천을 위해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윤심을 벗어난 인사에 대한 공격은 때때로 가혹할 정도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헌·당규를 바꾸면서 끌어내렸다. 나 전 의원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여당 출신 광역지자체장까지 합심해 십자포화를 가했다.
'공포정치'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같은 사례들은 초선이 많은 현 국민의힘 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비중은 57%로 더불어민주당(49%)보다 높다. 공천 갈등과 2020년 총선 패배로 중진 의원들이 21대 국회에 발을 들이지 못한데 따른 결과다.
정치권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은 지역구 기반이 취약해 공천에 더욱 목을 맬 수 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윤심에서 어긋나지 않으려 노심초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