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천연가스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 개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ETN 주가가 50%나 폭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리오프닝 영향으로 원유 ETN의 수익률은 개선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ETN 상품 중 천연가스 관련 상품을 주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개인은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을 342억원 순매수했다. ETN 가운데 개인 순매수 1위였다. 이어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116억원),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97억원),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46억원), 'TRUE 인버스 2X 나스닥 100 ETN'(34억원) 순서였다.

그러나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개인이 주로 매수한 천연가스 관련 ETN은 이달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주가가 50.8% 빠졌다. 비슷한 상품인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과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도 같은 기간 49.5%, 49.3% 주가가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치솟았던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지역이 올 겨울 이상 고온 현상을 겪으면서 안정세를 찾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8월 9.68달러까지 올랐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날 기준 3.29달러로 마감했다. 5개월 여만에 66% 하락했다.

반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영향으로 원유 ETN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QV 블룸버그 2X WTI원유선물 ETN'은 지난 5일 이후 전날까지 9.1%,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같은 기간 8.5%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19일 배럴당 80.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9일 WTI 가격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71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단기 반등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내 천연가스 재고 비축율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럽 천연가스 재고율은 1월에도 83%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겨울에는 천연가스 가격은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