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 와서 검찰 얘기만"…정치인 방문에 상인들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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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방문한 망원시장 가보니
"정치인 북새통에 장사 망쳐"
상인들 "설 대목 피하면 더 좋았을 것"
전문가들 "진부한 시장정치 개선해야"
"정치인 북새통에 장사 망쳐"
상인들 "설 대목 피하면 더 좋았을 것"
전문가들 "진부한 시장정치 개선해야"
"이재명이는 관심도 없는 시장, 왜 오는지 모르겠어. 유튜버들이 따라와서 길 막고, 손님들이랑 싸우기만 하고."
20일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에서 모자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82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시장 방문에 대해 "명절 때마다 정치인들 때문에 하루 장사를 망친다"고 푸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이 시장을 찾아 한우와 참조기 등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했다. 시장 방문은 명절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빼놓지 않는 '필수 코스'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며 상인들과 덕담을 나누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통시장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는 대선 광고로 '재벌그룹 사장' 이미지를 떨쳐내고 친서민적인 인상을 확고히 한 게 대표적이다. 여권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전남 나주 목사고을시장을 찾아 전통시장 상인들을 격려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전통시장은 여전히 중장년층들이 활발하게 찾는 곳”이라며 “특히 인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050이 주 지지층인 민주당은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작 시장의 상인들은 정치인들의 방문이 장사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18일 망원시장에서는 이 대표를 따라온 유튜버와 지지자들이 통행로를 막으면서 고성이 오기고, 일부 손님들은 발길을 돌렸다. 망원시장에서 옷 가게를 하는 이모씨(43)는 “물건을 사지도 않는 사람들로 시장이 붐벼 손님을 하나도 못 받았다”고 탄식했다.
마포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구정을 앞둔 정치인 방문은 상인들에게 부담이 되기에 일정 조율에 신경 썼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상인들은 “이 대표 방문으로 망원시장 홍보 효과가 있었기에 잠깐의 불편함은 견딜 만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망원시장을 찾아 뚜렷한 소상공인 정책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아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분식집에서 막걸리를 마셨지만, 상인회의 건의 사항을 청취하는 간담회 일정은 따로 잡지 않았다. 그는 시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을 만나 약 8분 동안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진부한 시장정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창렬 정치평론가는 “전통시장 행보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특정 시기에만 시장을 찾는 걸로 공감을 유도하기 어려워 평소 시민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경옥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표밭’에 머물지 않고 전통시장 상인과 소비자의 만족과 편의를 고려할 때 시장정치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20일 서울 망원동 망원시장에서 모자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82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시장 방문에 대해 "명절 때마다 정치인들 때문에 하루 장사를 망친다"고 푸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이 시장을 찾아 한우와 참조기 등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했다. 시장 방문은 명절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빼놓지 않는 '필수 코스'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며 상인들과 덕담을 나누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통시장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는 대선 광고로 '재벌그룹 사장' 이미지를 떨쳐내고 친서민적인 인상을 확고히 한 게 대표적이다. 여권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전남 나주 목사고을시장을 찾아 전통시장 상인들을 격려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전통시장은 여전히 중장년층들이 활발하게 찾는 곳”이라며 “특히 인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050이 주 지지층인 민주당은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작 시장의 상인들은 정치인들의 방문이 장사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18일 망원시장에서는 이 대표를 따라온 유튜버와 지지자들이 통행로를 막으면서 고성이 오기고, 일부 손님들은 발길을 돌렸다. 망원시장에서 옷 가게를 하는 이모씨(43)는 “물건을 사지도 않는 사람들로 시장이 붐벼 손님을 하나도 못 받았다”고 탄식했다.
마포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구정을 앞둔 정치인 방문은 상인들에게 부담이 되기에 일정 조율에 신경 썼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상인들은 “이 대표 방문으로 망원시장 홍보 효과가 있었기에 잠깐의 불편함은 견딜 만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망원시장을 찾아 뚜렷한 소상공인 정책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아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분식집에서 막걸리를 마셨지만, 상인회의 건의 사항을 청취하는 간담회 일정은 따로 잡지 않았다. 그는 시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을 만나 약 8분 동안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진부한 시장정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창렬 정치평론가는 “전통시장 행보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특정 시기에만 시장을 찾는 걸로 공감을 유도하기 어려워 평소 시민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경옥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표밭’에 머물지 않고 전통시장 상인과 소비자의 만족과 편의를 고려할 때 시장정치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