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관련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전 정부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는 20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국방부장관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서 전 실장과 서 전 국방부 장관은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혐의에 관한 입장은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피격 사건이 일어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한 어떤 생각도 한 적 없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월북몰이를 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 전 장관 측 변호인도 "사건 관련 첩보의 배포선을 제한하라고 지시했지, 삭제하라고 한 적은 없다. 이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께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합참 관계자와 김 전 청장에게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지시에 따라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에 관해 허위 자료를 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를 받는다.

박 전 원장은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에 동조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게 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로 기소됐다.

서 전 장관은 국방부 직원 등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피고인 측은 검찰이 방대한 증거를 일괄적으로 제출해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 측은 "검찰이 다른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전부 묶어서 제출해서 양이 6만쪽이나 된다"며 "각 피고인과 관계되는 증거를 특정해 분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공범인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큰 틀에서 하나의 사건인 만큼 증거들을 별도로 정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하고 증거 인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27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