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중국 협력사로부터 국제 중재 소송을 당했다.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보툴리눔 톡신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디톡스는 20일 중국 블루미지바이오테크놀로지의 자회사 젠틱스가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회사를 상대로 국제 중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2015년 젠틱스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사(JV)인 메디블룸을 설립했다. 합작 비율은 50대 50이었다. 메디톡스가 메디블룸에 완제품을 공급하면, 메디블룸이 중국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2018년 2월 메디톡스는 중국 규제당국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4년 넘게 허가가 나오지 않자 블루미지 측은 지난해 7월 메디톡스에 협력 관계를 끝내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블루미지는 품목허가 지연의 책임이 메디톡스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메디톡스는 허가에 대한 책임은 블루미지에 있다고 맞섰다.

블루미지는 메디톡스가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메디톡스는 블루미지가 중국 허가를 마무리하면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젠틱스는 메디톡스에 118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메디블룸 계약 해지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중재 신청을 했다.

젠틱스가 소송을 제기한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는 국제상업회의소(ICC)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스톡홀롬상업회의소(SCC) 등과 함께 권위있는 국제중재 기관으로 꼽힌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 규정상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법률 대리인을 통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메디톡스의 톡신 사업 중국 진출은 품목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협력사와 법적 분쟁에까지 휘말리면서 더욱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유럽,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으로 꼽힌다. 이에 메디톡스는 선제적으로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휴젤은 2021년 중국에 진출해 안착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첫 중국 톡신 시장 진출이었다. 대웅제약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미국 진출도 순탄치 않다. 2013년 미국 진출을 위해 엘러간(애브비가 인수)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지만, 8년 만인 2021년 기술을 반환했다.

엘러간은 보툴리눔 톡신 원조격인 '보톡스'를 개발한 회사다. 일각에선 엘러간의 기술이전 및 반환 등 일련의 과정이 잠재 경쟁사인 메디톡스의 미국 진출을 늦추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메디톡스는 엘러간으로부터 임상개발 데이터를 모두 넘겨받은 만큼, 올해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 중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