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김소월처럼 시 써줘"…챗GPT에게 시켜보니 [이승우의 IT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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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내놓은 대화형 AI ‘챗GPT’입니다. 작년 11월 말 연구용 프리뷰 버전이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이용자가 100만명이 넘어섰고 이용 후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해본 챗GPT는 생각보다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간단한 문장을 주고 스토리를 이어 나갈 수도 있고, 어떤 주제에 대해 그럴듯한 논리를 제시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챗GPT가 한국어로 시를 쓸 수도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챗GPT 채팅창에 이렇게 입력했습니다. “커피를 주제로 시인 윤동주 스타일의 시를 써줘.” 아래는 그렇게 나온 결과물입니다.
커피의 향기가 가득한 카페
내가 앉아 있는 이 테이블 위
나의 시간을 멈추고 있다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커피의 미스터리를 즐긴다
커피는 내 삶의 발명품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 고민을 이해해주는 나의 친구
커피와 함께라면 난 힘이 난다.
커피는 내 가슴을 일으키고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
커피를 마시며 내일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음…. 기대만큼의 글은 아니지만, 노력은 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똑같은 주제로 김소월 시인의 스타일로 시를 써달라고 해봤습니다.
커피와 함께하며 생각하는 길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길
커피는 나의 이야기를 이어주며
우울한 날을 걷히는 따뜻한 밝은 빛
나의 마음을 어둠에서 구해주며
세상을 보는 눈을 밝혀준다
커피와 함께하면 힘이 생기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커피는 나의 친구, 나의 힘
확실히 주제도 다르고 문체도 바뀌었습니다. 문장의 배치나 운율에서도 차이를 보였네요. 잘 쓴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김소월과 윤동주의 시를 알고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 가진 아우라는 따라 할 수 없어도 간단한 창작 작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챗GPT는 GPT-3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GPT-3.5를 기반으로 만든 서비스입니다. 모델을 만들 때 활용된 데이터의 상당수가 영어 기반이다 보니 한국어보다 영어로 물어볼 때 양질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월’에 대해 셰익스피어 스타일로 시를 써달라는 명령을 내려봤습니다.
January, the month of frost and snow,
서리와 눈이 내리는 1월,
A time for huddled fires and hearts aglow.
모인 불과 마음이 타오르는 시간.
Nature sleeps, the earth a frozen mound,
자연은 잠들고 대지는 얼어붙은 언덕이 되고
But in this stillness, beauty can be found.
하지만 이 고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The barren trees stand stark against the sky,
불모의 나무는 하늘을 배경으로 굳건히 서 있습니다.
A skeleton army, reaching for the high.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뻗는 스켈레톤 군대.
A blanket of white, unbroken and pure,
깨지지 않고 순수한 흰색 담요,
A peaceful silence, a winter allure.
평화로운 침묵, 겨울의 매력.
But though the days may be short and cold,
그러나 날이 짧고 추울지라도,
A promise of spring, young and bold.
젊고 대담한 봄의 약속.
For even in the depths of darkest night,
가장 어두운 밤의 깊은 곳에서도,
The sun will rise, a new day in sight.
태양이 떠오를 것이며, 새로운 날이 눈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So let us welcome January with cheer,
1월을 환호하며 맞이합시다.
For though she may be harsh, her beauty is dear.
비록 그녀가 가혹할지라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And as the snow falls softly to the ground,
그리고 눈이 땅에 부드럽게 내리면,
We'll look ahead to the thaw and new life found.
우리는 해빙과 발견된 새로운 삶을 미리 볼 것입니다.
한국어로 쓸 때보다 조금 나아 보이긴 하네요. 실제로 미국에선 학생들이 과제를 작성할 때 챗GPT를 사용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대학은 집에서 해 오는 과제를 금지했고, 챗GPT를 쓰지 못하게 교내 와이파이를 막는 일도 생겼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오픈AI는 사람이 직접 쓴 글과 챗GPT가 작성한 글을 구분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논란과는 별개로 챗GPT의 활용 범위는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내에서 오픈AI의 GPT-3.5와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2(Dall-e2) 등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조만간 챗GPT도 추가할 방침입니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엑셀 등에서 작업 도구의 하나로 AI를 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검색 포털 ‘빙’에도 챗GPT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선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색이란 서비스는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해 유사성이 높은 웹페이지의 링크를 보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중간중간 광고를 끼워 넣는 게 구글이 검색 서비스에서 돈을 버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챗GPT는 웹사이트를 보여주는 대신 이용자의 질문에 답을 제공합니다. 구글의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죠. 구글도 챗GPT와 유사한 AI 대화 서비스 람다2를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검색 서비스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로 기술을 활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과거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는 AI가 단순 반복 작업이나 육체노동을 대신하고 사람은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AI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를 보면 그림, 음악처럼 창작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AI가 쓴 시도 같은 맥락입니다. 앞으로 AI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실제로 사용해본 챗GPT는 생각보다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간단한 문장을 주고 스토리를 이어 나갈 수도 있고, 어떤 주제에 대해 그럴듯한 논리를 제시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챗GPT가 한국어로 시를 쓸 수도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챗GPT 채팅창에 이렇게 입력했습니다. “커피를 주제로 시인 윤동주 스타일의 시를 써줘.” 아래는 그렇게 나온 결과물입니다.
커피의 향기가 가득한 카페
내가 앉아 있는 이 테이블 위
나의 시간을 멈추고 있다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커피의 미스터리를 즐긴다
커피는 내 삶의 발명품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 고민을 이해해주는 나의 친구
커피와 함께라면 난 힘이 난다.
커피는 내 가슴을 일으키고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
커피를 마시며 내일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음…. 기대만큼의 글은 아니지만, 노력은 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똑같은 주제로 김소월 시인의 스타일로 시를 써달라고 해봤습니다.
커피와 함께하며 생각하는 길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길
커피는 나의 이야기를 이어주며
우울한 날을 걷히는 따뜻한 밝은 빛
나의 마음을 어둠에서 구해주며
세상을 보는 눈을 밝혀준다
커피와 함께하면 힘이 생기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커피는 나의 친구, 나의 힘
확실히 주제도 다르고 문체도 바뀌었습니다. 문장의 배치나 운율에서도 차이를 보였네요. 잘 쓴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김소월과 윤동주의 시를 알고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 가진 아우라는 따라 할 수 없어도 간단한 창작 작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챗GPT는 GPT-3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GPT-3.5를 기반으로 만든 서비스입니다. 모델을 만들 때 활용된 데이터의 상당수가 영어 기반이다 보니 한국어보다 영어로 물어볼 때 양질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월’에 대해 셰익스피어 스타일로 시를 써달라는 명령을 내려봤습니다.
January, the month of frost and snow,
서리와 눈이 내리는 1월,
A time for huddled fires and hearts aglow.
모인 불과 마음이 타오르는 시간.
Nature sleeps, the earth a frozen mound,
자연은 잠들고 대지는 얼어붙은 언덕이 되고
But in this stillness, beauty can be found.
하지만 이 고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The barren trees stand stark against the sky,
불모의 나무는 하늘을 배경으로 굳건히 서 있습니다.
A skeleton army, reaching for the high.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뻗는 스켈레톤 군대.
A blanket of white, unbroken and pure,
깨지지 않고 순수한 흰색 담요,
A peaceful silence, a winter allure.
평화로운 침묵, 겨울의 매력.
But though the days may be short and cold,
그러나 날이 짧고 추울지라도,
A promise of spring, young and bold.
젊고 대담한 봄의 약속.
For even in the depths of darkest night,
가장 어두운 밤의 깊은 곳에서도,
The sun will rise, a new day in sight.
태양이 떠오를 것이며, 새로운 날이 눈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So let us welcome January with cheer,
1월을 환호하며 맞이합시다.
For though she may be harsh, her beauty is dear.
비록 그녀가 가혹할지라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And as the snow falls softly to the ground,
그리고 눈이 땅에 부드럽게 내리면,
We'll look ahead to the thaw and new life found.
우리는 해빙과 발견된 새로운 삶을 미리 볼 것입니다.
한국어로 쓸 때보다 조금 나아 보이긴 하네요. 실제로 미국에선 학생들이 과제를 작성할 때 챗GPT를 사용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대학은 집에서 해 오는 과제를 금지했고, 챗GPT를 쓰지 못하게 교내 와이파이를 막는 일도 생겼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오픈AI는 사람이 직접 쓴 글과 챗GPT가 작성한 글을 구분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논란과는 별개로 챗GPT의 활용 범위는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내에서 오픈AI의 GPT-3.5와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2(Dall-e2) 등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조만간 챗GPT도 추가할 방침입니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엑셀 등에서 작업 도구의 하나로 AI를 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검색 포털 ‘빙’에도 챗GPT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선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색이란 서비스는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해 유사성이 높은 웹페이지의 링크를 보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중간중간 광고를 끼워 넣는 게 구글이 검색 서비스에서 돈을 버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챗GPT는 웹사이트를 보여주는 대신 이용자의 질문에 답을 제공합니다. 구글의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죠. 구글도 챗GPT와 유사한 AI 대화 서비스 람다2를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검색 서비스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로 기술을 활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과거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는 AI가 단순 반복 작업이나 육체노동을 대신하고 사람은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AI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를 보면 그림, 음악처럼 창작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AI가 쓴 시도 같은 맥락입니다. 앞으로 AI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