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양성과 포용성
유튜브가 iOS용 모바일 앱을 처음 만들 무렵의 일이다. 이상하게도 해당 앱으로 업로드한 유튜브 내 영상의 약 5~10%가 위아래가 뒤집혔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잘못 찍은 것일까? 아니다.

왼손으로 폰을 잡고 영상을 찍을 때는 영상이 180도 뒤집히는데, 디자인 과정에서 이 부분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앱 개발팀에 왼손잡이 개발자가 없어 왼손잡이 사용자의 경험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까닭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지향하는 필자의 회사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세상의 다양한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반영해야 한다고.

사실 ‘다양성’은 종종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동질 그룹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용이한데 다양한 생각은 서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조직 내에서 이 다양성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불꽃을 혁신의 연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포용적 기업문화’다. 팀 내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다름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도록 이끌고, 그 덕분에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문화 말이다.

이는 기업 전반에 이득이 된다. 실제로 매킨지의 2019년 분석에 따르면 경영진의 성별 다양성이 상위 4분위에 속한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낼 가능성이 25%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문화적으로 다양한 리더십을 가진 팀이 운영하는 사업이 동질적인 리더십 아래에서보다 신제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다양성은 성별, 세대 외에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외향과 내향의 다름이다. 외향형이 말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들이라면, 내향형은 생각을 먼저 정리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필자의 회사에는 회의 전에 미리 회의 주제를 공유해 생각할 시간 확보해주기, 회의 중 골고루 발언 기회 주기, 회의 후에도 공유문서를 열어둬 미처 말하지 못한 아이디어 받기 등 내향형 직원이 가진 반짝이는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양성의 가치를 아는 포용적 기업은 모든 직원이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돕고, 그 결과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세상을 섬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라. 저마다의 강점, 매력, 관심사, 삶의 지혜들…. 어느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은 없다. 세상은 그 다양함 덕분에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