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국가부채가 한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공무원 연금 납부 유예 등 특별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백악관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부채 한도 증액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내 “오늘부터 오는 6월 5일까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특별 조치를 시행한다”고 전했다.

이날쯤 국가부채가 법정 한도인 31조3810억달러(약 3경88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별 조치에는 연방 공무원퇴직·장애연금(CSRDF) 및 우체국 서비스 퇴직자 건강복지 기금의 신규 투자 유예 등이 포함됐다.

옐런 장관은 앞서 지난 13일에도 의회에 서한을 보내 미국이 19일 법정 부채 한도에 도달할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은 국가부채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이 상한선을 넘겨도 의회가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의회가 지금까지 정부 부채 한도를 수십 차례 늘려온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도 증액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 지출을 삭감해야 부채 상한선을 증액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정부 부채 한도를 놓고 양당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 의회가 부채 한도 증액 법안 처리를 두고 진통을 빚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정부가 각종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면서 국가 운영에도 빈틈이 생길 수 있다. 로이터는 “당시 (디폴트 우려로) 미국은 수년간 군사비 지출을 줄여야만 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부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양당의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