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피아니스트] 거친 재즈를 부드럽게…'재즈계 쇼팽' 빌 에번스
재즈는 원래 투박했다. ‘재즈=거칠고 강한 연주’란 공식이 통용될 정도였다. 그랬던 재즈가 부드럽고 세련된 음악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건 1950년대 후반부터였다.

애호가들은 ‘재즈의 쇼팽’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1929~1980·사진)가 ‘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 합류한 1958년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잡는다. 당시만 해도 재즈는 흑인들의 음악이었다. 에번스는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의 유일한 백인 멤버였다. 많은 재즈 애호가는 에번스를 “백인은 재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얕잡아 봤지만, 그는 ‘에번스 스타일’을 재즈에 입혔다. 어릴 적부터 배운 클래식 작곡법을 재즈에 적용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음반 ‘카인드 오브 블루’(1959)가 그렇게 나왔다.

1960년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를 나온 에번스는 자신의 트리오를 꾸려 음악 활동을 펼쳤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물 흐르듯 유려한 재즈 피아노로 이름을 날렸다. 칙 코리아, 키스 자렛 등 현대 재즈 피아니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그가 남긴 대표 음반 ‘컨버세이션 위드 마이 셀프’(1963)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에번스에게 생애 첫 그래미상을 안겨준 음반이자 재즈 대중화를 이끈 음반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