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에 2500원인데…강남도 견뎌낼 재간이 없지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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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전통시장 가보니
설 코앞인데 물가 고공행진…대목 사라진 재래시장
설 코앞인데 물가 고공행진…대목 사라진 재래시장
“강남이라 해도 지금 같은 물가에는 견뎌낼 재간이 없지요. 명절 대목도 옛말입니다.”
설을 나흘 앞둔 지난 18일 오전. 명절을 코앞에 뒀지만 서울 강남의 영동전통시장은 한산했다. 시장 골목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들은 설 손님을 맞기 위해 과일, 생선, 채소 등을 준비해놨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골목에 들어서자 초입부터 ‘임대 문의’ 문구가 붙은 점포가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시장을 찾은 주부 이세란 씨(54)는 “마트도 가볼 예정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고 더 저렴한 곳에서 구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한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 박모 씨(39)는 “배 한 알에 3000원, 사과 한 알에 2500원씩 하는데 선뜻 사겠나”라고 귀띔했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3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했다는 윤모 씨(71) 가게 역시 손님이 없었다. 그는 “한 해 한 해 명절을 맞을수록 더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이번 설을 앞두고는 하루종일 손님이 없는 날도 있었다. 이제 장사를 접을 때가 됐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도 가격을 확인하고는 발길을 돌리기가 부지기수. 그는 “설 대목도 기대하지 않는다. 워낙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선뜻 사지 못하는 손님들 심정도 이해는 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생선 가게 주인 김지순 씨(68·여)도 “굴비 대신 값이 싼 부세만 간간이 사간다”고 하소연했다.
할 일이 없는 상인들은 지루함을 달래고 추위도 피하기 위해 인근 가게에 2~3명씩 모여 난로를 피워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한 건어물 가게에 모여있던 상인들은 인상을 찌뿌린 채 “손님도 없는데 오전 일찍부터 나와서 문을 열면 뭐하나”라며 푸념했다. 시장에는 분식집 등을 들러 끼니를 해결하러 나온 이들이나 점심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손님만 보일 뿐이었다.
과일 가게 상인들은 일부 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 손님이 더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송파구 가락시장 내 한 채소가게 상인 임모 씨(62)는 “대파, 애호박, 오이 등 대부분 값이 많이 올랐다”며 “몇가지 채소는 너무 비싸 갖다 놓을 엄두도 못냈다”고 했다. 도매시장이라 다른 판매처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물가가 워낙 뛰어 체감하기 어렵다는 고객이 많았다.
몇몇 가게에선 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값이 크게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시장 내 한 상인은 “백화점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미리 선물세트 판매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는 사과와 배가 10개씩 세트로 포장된 상품은 4만5000원, 망고 8개가 든 선물 세트는 7만원에 판매했다. 강북에 위치한 종로 광장전통시장도 서울 내 다른 시장들과 사정이 비슷했다. 설과 추석이 가장 큰 대목이지만 이번 설은 영 경기가 살지 않는다고 했다. 입구 쪽 과일 가게 10여곳에는 설 선물용 포장 과일 박스가 높게 쌓여있었지만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수산물이나 채소를 파는 가게도 찾는 이가 적어 적막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10~20명씩 줄이 늘어서 있는 먹거리 매장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이곳에서 10년째 생선 장사를 했다는 강모 씨(55) 가게에도 30여분 동안 손님 3명이 들렀지만 가격만 물어볼 뿐 사는 사람은 없었다. 강 씨는 “선물세트 재고를 다 어떡하면 좋냐. 이번 설에는 본전도 못 뽑겠다”고 한탄했다.
시장을 찾은 주부들 역시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다. 장을 보러온 박금희 씨(67)는 “이번 설에는 상차림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주변 친척들 집에 부르기가 무섭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사 간다. 차례상도 준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설을 나흘 앞둔 지난 18일 오전. 명절을 코앞에 뒀지만 서울 강남의 영동전통시장은 한산했다. 시장 골목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들은 설 손님을 맞기 위해 과일, 생선, 채소 등을 준비해놨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골목에 들어서자 초입부터 ‘임대 문의’ 문구가 붙은 점포가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시장을 찾은 주부 이세란 씨(54)는 “마트도 가볼 예정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고 더 저렴한 곳에서 구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한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 박모 씨(39)는 “배 한 알에 3000원, 사과 한 알에 2500원씩 하는데 선뜻 사겠나”라고 귀띔했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3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했다는 윤모 씨(71) 가게 역시 손님이 없었다. 그는 “한 해 한 해 명절을 맞을수록 더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이번 설을 앞두고는 하루종일 손님이 없는 날도 있었다. 이제 장사를 접을 때가 됐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도 가격을 확인하고는 발길을 돌리기가 부지기수. 그는 “설 대목도 기대하지 않는다. 워낙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선뜻 사지 못하는 손님들 심정도 이해는 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생선 가게 주인 김지순 씨(68·여)도 “굴비 대신 값이 싼 부세만 간간이 사간다”고 하소연했다.
할 일이 없는 상인들은 지루함을 달래고 추위도 피하기 위해 인근 가게에 2~3명씩 모여 난로를 피워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한 건어물 가게에 모여있던 상인들은 인상을 찌뿌린 채 “손님도 없는데 오전 일찍부터 나와서 문을 열면 뭐하나”라며 푸념했다. 시장에는 분식집 등을 들러 끼니를 해결하러 나온 이들이나 점심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손님만 보일 뿐이었다.
과일 가게 상인들은 일부 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 손님이 더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송파구 가락시장 내 한 채소가게 상인 임모 씨(62)는 “대파, 애호박, 오이 등 대부분 값이 많이 올랐다”며 “몇가지 채소는 너무 비싸 갖다 놓을 엄두도 못냈다”고 했다. 도매시장이라 다른 판매처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물가가 워낙 뛰어 체감하기 어렵다는 고객이 많았다.
몇몇 가게에선 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값이 크게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시장 내 한 상인은 “백화점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미리 선물세트 판매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는 사과와 배가 10개씩 세트로 포장된 상품은 4만5000원, 망고 8개가 든 선물 세트는 7만원에 판매했다. 강북에 위치한 종로 광장전통시장도 서울 내 다른 시장들과 사정이 비슷했다. 설과 추석이 가장 큰 대목이지만 이번 설은 영 경기가 살지 않는다고 했다. 입구 쪽 과일 가게 10여곳에는 설 선물용 포장 과일 박스가 높게 쌓여있었지만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수산물이나 채소를 파는 가게도 찾는 이가 적어 적막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10~20명씩 줄이 늘어서 있는 먹거리 매장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이곳에서 10년째 생선 장사를 했다는 강모 씨(55) 가게에도 30여분 동안 손님 3명이 들렀지만 가격만 물어볼 뿐 사는 사람은 없었다. 강 씨는 “선물세트 재고를 다 어떡하면 좋냐. 이번 설에는 본전도 못 뽑겠다”고 한탄했다.
시장을 찾은 주부들 역시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다. 장을 보러온 박금희 씨(67)는 “이번 설에는 상차림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주변 친척들 집에 부르기가 무섭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사 간다. 차례상도 준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