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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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을 비롯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사업을 추진하던 조합들이 일정을 잠정 중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더해 주민들이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어 일부 단지에서는 사업 진행 여부를 두고 주민 간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의 노량진 우성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조합 사무실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901가구 규모로 1997년 준공된 단지는 지난해 7월 리모델링 사업 시작을 위한 소유주 동의율 66.7%를 달성하며 최근까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조합이 주민들에게 "사무실 운영을 비롯한 조합 운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공지하며 논란이 됐다. 조합 측은 정비사업 시장 자체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위축된 데다가 최근 고금리 여파로 조합원들의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작용했다.

조합 비용이 나갈 수 있는 사무실과 인력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공지에 일부 소유주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반응이다. 한 소유주는 "안 되는 상황에서 억지로 조합을 운영해봐야 사업 추진은 못 하고 비용만 나가는 게 현실"이라며 "차라리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의 한 지역주택조합 역시 최근 사업 일정을 중단했다. PF 대출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금융기관들이 대주단 모집에 실패하면서 대출이 어렵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2금융권에서 일부 대주단 모집에 성공했지만, 대출 이자가 7%를 훌쩍 넘기자 이번에는 주민들이 난색을 보였다.

조합 관계자는 "대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7% 이상 이율이 나오는 곳은 거절키로 했는데, 그나마 대주단 모집에 성공한 기관들이 제시한 이자가 7%를 웃돌았다"며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사정은 지방이 더 열악하다. 경남의 한 주택 재개발 조합 추진위는 시작 전부터 주민들의 반발로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인근의 신축 아파트들이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봐야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고금리로 인한 사업성 우려가 줄어들어야 멈췄던 정비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 내에서 조합 설립을 인가받고도 사업을 중단한 곳이 현재 62곳에 달한다"며 "당장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문제가 해결돼야 조합원들이 다시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