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논란 그후] ③영업자유 vs 차별행위…해법은 '상대방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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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아동 출입제한 업장에 "인권 침해 소지" 개선 권고
"법률적 제재 쉽지 않아…배려와 제도적 정비 뒷받침돼야"
정현우(46) 씨가 운영하는 서울시 중구 충정로역 근처 고깃집은 최근 '서울키즈오케이존'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로부터 '오케이존'으로 지정된 매장은 인증 스티커를 부착해 아이들이 환영받는 공간이란 점을 알리고, 아이용 메뉴를 판매하거나 아이용 의자와 식기 등을 비치한다.
지난 16일 식당에서 만난 정씨는 "입구에 스티커 붙인 거 말고는 가게 운영에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5년 전 영업을 시작한 이래 아이라고 해서 입장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아무리 저출산 시대라지만 1인 가구가 아닌 이상 아이 없는 집이 얼마나 있겠냐"며 "거창한 의미를 두고 아이 손님을 응대한 게 아니라 사업주로서 내린 실리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의 입장 여부를 놓고 사회 전체가 나뉘어 논쟁하는 게 난센스라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특정 장소의 출입 여부를 가른다는 게 맞는 일일까 싶다"라고 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말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사립 미술관 관계자는 "노키즈존은 사업주로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내린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명 예술품 수십 점이 전시돼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아동 출입을 허용했던 지난해 7월 정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노키즈존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이 작품을 직접 만지면서 파손되는 경우가 있어 15세까지 입장을 금지하기로 했다"며 "비판 여론을 알면서도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국공립이 아닌 사립 미술관이다 보니 운영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작품이 파손될 경우 고객에게 배상을 요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도 노키즈존과 관련한 다양한 찬반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회원 140만여명을 보유한 네이버의 한 맘카페 이용자 A씨는 지난해 12월 말 노키즈존 식당을 이용한 경험을 공유하며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 것인지 알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퇴근 후 조용히 '혼술'(혼자 마시는 술) 하려고 펍을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순댓국집에서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과 뛰노는 아이들이 부딪히면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등 노키즈존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글도 적잖다.
이처럼 노키즈존을 두고 안전사고 예방과 다른 고객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회적 약자층이라 할 수 있는 아동을 향한 차별이라는 입장이 맞선다.
◇ "노키즈존은 차별 행위"…인권위가 시정 권고했지만
2017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이나 아동을 동반한 손님의 출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식당 측에 노키즈존에 대한 시정을 권고했다.
당시 9살 자녀 등과 함께 제주의 한 레스토랑을 찾은 A씨는 아동이 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고, 이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식당 측은 아동들의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고 아동들이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막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상업시설 운영자에게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자유가 제한 없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인권위가 판단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누구든 사회적 신분에 의해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1조'다.
아울러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에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이자 차별행위'로 규정한 인권위법 제2조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인권위는 "특정 집단의 서비스 이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모든 아동과 이들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키즈존을 경험한 양육자들도 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아영(35·경기도 용인시) 씨는 약 4년 전 제주도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한 피자 가게를 당시 갓 돌이 지난 딸과 함께 찾았다가 입장을 거부당한 일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가게 주인은 과거에 어린이 손님이 매장에 전시해 놓은 미술품을 망가뜨린 이후로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불쾌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다고 한다.
우씨는 "만약 노인이 실수로 작품을 망가뜨렸다면 '노인 출입 금지'라고 써 붙일 건지 의문"이라며 "어린이만 거부하는 공간이 생기고 있는 건 이들이 배제하기 가장 손쉬운 대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법적 해결보다…"상대방 권리 존중하는 노력이 우선"
노키즈존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인권위는 이를 차별로 판단했지만 법률적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송득범 법무법인 주한 변호사는 "노○○존에 대한 뚜렷한 처벌 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인권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처럼 위자료 청구 소송을 통해 제재 효과를 끌어낼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이조차도 힘들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다만 한국이 비준한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위반될 소지는 있다"며 "인권위도 이를 근거로 아동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고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회적 상식을 넘어서 과도하게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는 영업장 제재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법이 없는 상태에서 '노○○존'과 같이 특정 계층을 받아들이지 않는 운영 방침에 법적 제동을 걸기는 어렵다.
모든 생활 분야에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자는 취지를 담은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부안으로 발의된 후 지금까지 여러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법학논총에 실린 「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적 과제: '노 키즈 존(no kids zone)' 관련 정당성 논의를 중심으로」 논문을 보면 "영업주가 가진 영업의 자유와 아동·부모가 가진 행복추구권이 충돌한 것"이라며 "기본권의 충돌을 마땅히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논문을 작성한 김정수 단국대 법학과 초빙교수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려는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부모는 자녀에게 공공질서·예절 교육을 하고, 영업주는 아동을 동반한 부모에게 주의 사항을 충분히 인지시켜 다른 고객의 공감대와 협조를 함께 끌어내는 운영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①방학때 아이와 간 카페가 하필 '아동 출입금지'
②"꼬마 손님 돌려보낸 주인 맘은 편했겠어요?"
③영업자유 vs 차별행위…해법은 '상대방 존중'
④"유리창에 낙서해도 돼"…홍제동 '웰컴키즈존'
/연합뉴스
"법률적 제재 쉽지 않아…배려와 제도적 정비 뒷받침돼야"
정현우(46) 씨가 운영하는 서울시 중구 충정로역 근처 고깃집은 최근 '서울키즈오케이존'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로부터 '오케이존'으로 지정된 매장은 인증 스티커를 부착해 아이들이 환영받는 공간이란 점을 알리고, 아이용 메뉴를 판매하거나 아이용 의자와 식기 등을 비치한다.
지난 16일 식당에서 만난 정씨는 "입구에 스티커 붙인 거 말고는 가게 운영에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5년 전 영업을 시작한 이래 아이라고 해서 입장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아무리 저출산 시대라지만 1인 가구가 아닌 이상 아이 없는 집이 얼마나 있겠냐"며 "거창한 의미를 두고 아이 손님을 응대한 게 아니라 사업주로서 내린 실리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의 입장 여부를 놓고 사회 전체가 나뉘어 논쟁하는 게 난센스라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특정 장소의 출입 여부를 가른다는 게 맞는 일일까 싶다"라고 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말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사립 미술관 관계자는 "노키즈존은 사업주로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내린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명 예술품 수십 점이 전시돼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아동 출입을 허용했던 지난해 7월 정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노키즈존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이 작품을 직접 만지면서 파손되는 경우가 있어 15세까지 입장을 금지하기로 했다"며 "비판 여론을 알면서도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국공립이 아닌 사립 미술관이다 보니 운영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작품이 파손될 경우 고객에게 배상을 요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도 노키즈존과 관련한 다양한 찬반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회원 140만여명을 보유한 네이버의 한 맘카페 이용자 A씨는 지난해 12월 말 노키즈존 식당을 이용한 경험을 공유하며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 것인지 알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퇴근 후 조용히 '혼술'(혼자 마시는 술) 하려고 펍을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순댓국집에서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과 뛰노는 아이들이 부딪히면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등 노키즈존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글도 적잖다.
이처럼 노키즈존을 두고 안전사고 예방과 다른 고객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회적 약자층이라 할 수 있는 아동을 향한 차별이라는 입장이 맞선다.
◇ "노키즈존은 차별 행위"…인권위가 시정 권고했지만
2017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이나 아동을 동반한 손님의 출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식당 측에 노키즈존에 대한 시정을 권고했다.
당시 9살 자녀 등과 함께 제주의 한 레스토랑을 찾은 A씨는 아동이 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고, 이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식당 측은 아동들의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고 아동들이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막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상업시설 운영자에게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자유가 제한 없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인권위가 판단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누구든 사회적 신분에 의해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1조'다.
아울러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에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이자 차별행위'로 규정한 인권위법 제2조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인권위는 "특정 집단의 서비스 이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모든 아동과 이들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키즈존을 경험한 양육자들도 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아영(35·경기도 용인시) 씨는 약 4년 전 제주도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한 피자 가게를 당시 갓 돌이 지난 딸과 함께 찾았다가 입장을 거부당한 일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가게 주인은 과거에 어린이 손님이 매장에 전시해 놓은 미술품을 망가뜨린 이후로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불쾌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다고 한다.
우씨는 "만약 노인이 실수로 작품을 망가뜨렸다면 '노인 출입 금지'라고 써 붙일 건지 의문"이라며 "어린이만 거부하는 공간이 생기고 있는 건 이들이 배제하기 가장 손쉬운 대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법적 해결보다…"상대방 권리 존중하는 노력이 우선"
노키즈존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인권위는 이를 차별로 판단했지만 법률적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송득범 법무법인 주한 변호사는 "노○○존에 대한 뚜렷한 처벌 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인권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처럼 위자료 청구 소송을 통해 제재 효과를 끌어낼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이조차도 힘들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다만 한국이 비준한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위반될 소지는 있다"며 "인권위도 이를 근거로 아동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고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회적 상식을 넘어서 과도하게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는 영업장 제재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법이 없는 상태에서 '노○○존'과 같이 특정 계층을 받아들이지 않는 운영 방침에 법적 제동을 걸기는 어렵다.
모든 생활 분야에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자는 취지를 담은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부안으로 발의된 후 지금까지 여러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법학논총에 실린 「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적 과제: '노 키즈 존(no kids zone)' 관련 정당성 논의를 중심으로」 논문을 보면 "영업주가 가진 영업의 자유와 아동·부모가 가진 행복추구권이 충돌한 것"이라며 "기본권의 충돌을 마땅히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논문을 작성한 김정수 단국대 법학과 초빙교수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려는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부모는 자녀에게 공공질서·예절 교육을 하고, 영업주는 아동을 동반한 부모에게 주의 사항을 충분히 인지시켜 다른 고객의 공감대와 협조를 함께 끌어내는 운영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①방학때 아이와 간 카페가 하필 '아동 출입금지'
②"꼬마 손님 돌려보낸 주인 맘은 편했겠어요?"
③영업자유 vs 차별행위…해법은 '상대방 존중'
④"유리창에 낙서해도 돼"…홍제동 '웰컴키즈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