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새해 들어 기준금리가 또 한 차례 인상됐지만 은행 예금 금리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연 3%대로 떨어졌고 불과 두 달 전까지 예금 금리가 연 6%도 넘봤던 저축은행에선 연 5%대 예금도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95%로 집계됐다. 한 달 전(5.44%)보다 0.49%포인트 떨어졌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연 5% 아래로 내려간 것은 작년 10월 20일 이후 꼭 3개월 만이다.
79개 저축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 추이. 저축은행중앙회
79개 저축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 추이.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작년 11월 말 연 5.53%로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기간 기준금리가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은 잇달아 예금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자산 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 19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4%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지난 11일 예금 금리를 0.3%포인트 낮춘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이에 따라 SBI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12개월 기준)는 지난달 말 연 5.5%에서 연 4.8%로 떨어졌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지난 16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창구 가입 상품 금리는 기존 연 5.1%에서 연 4.6%로, 비대면 전용 상품은 연 5.3%에서 연 4.8%로 내렸다.

대형 회사들을 시작으로 예금 금리 인하는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1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여덟 차례에 걸쳐 정기예금 금리를 모두 1%포인트 낮췄다. 이에 따라 대면 가입 상품 금리는 연 4.7%로, 비대면 전용 상품은 연 4.8%로 하향됐다.

다올저축은행 역시 20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추가 인하해 연 4.65~4.75%로 낮췄고,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신한저축은행도 예금 상품 금리를 각각 0.5~1%포인트, 0.4%포인트씩 인하했다.

설 이후 '금리 인하 러시' 쭉

'금리 인하 러시'는 설 연휴가 끝나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 5% 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키움저축은행은 25일부터 0.2%포인트, 참저축은행은 0.3%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BNK저축은행도 25일부터 현재 연 4.9%인 정기예금 금리를 연 4.7%로 낮추기로 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달부터 잇달아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일 하락하자 저축은행들도 금리 인상 경쟁을 벌일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예금 금리 인상 자제령'이 떨어진데다 최근 은행채 금리도 안정세에 들어서면서 시중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연 3%대까지 낮췄다.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20일 기준 연 3.68~3.95%로 모두 연 4%를 밑돌고 있다. 작년 11월만 해도 연 5%를 넘겼지만 이제는 기준금리(3.5%)에 근접했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일제히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 연 5% 넘는 정기예금 상품은 19개 은행 모두에서 사라졌다.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 추이.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 추이.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연일 낮추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작년 11월 7일 연 4.979%에서 지난 20일 연 3.596%까지 떨어졌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끝이 보이고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도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가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작년에는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빠르게 올리다 보니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올렸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며 "무리하게 높은 수신금리를 제시하지 않아도 시중은행보다 경쟁력이 있다 보니 자금 모집에 여유가 있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