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가 브랜드"…尹 8개월째 '국정 슬로건' 없는 까닭은 [오형주의 정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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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취임 윤석열 대통령
8개월째 국정운영 슬로건 없어
“보여주기식 슬로건에 부정적”
초반엔 文과 차별화에만 치중
정책 혼선에 지지율 20%까지 추락
최근 ‘3대 개혁’ 화두로 내세우며
국정운영 지지율 상승세 뚜렷
“미래지향적 슬로건으로 견고히 해야”
8개월째 국정운영 슬로건 없어
“보여주기식 슬로건에 부정적”
초반엔 文과 차별화에만 치중
정책 혼선에 지지율 20%까지 추락
최근 ‘3대 개혁’ 화두로 내세우며
국정운영 지지율 상승세 뚜렷
“미래지향적 슬로건으로 견고히 해야”
“‘노(no)브랜드’가 윤석열 정부의 브랜드다.”
최근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를 대표하는 경제 슬로건 혹은 키워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은 ‘보여주기식 슬로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닻을 올린 윤석열 정부는 8개월이 넘도록 아직 이렇다 할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중심의 경제운용과 함께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3대 개혁’을 내세워 한국 경제·사회의 체질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는 수차례 피력했다.
정치권에서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윤 대통령의 국정 및 경제정책 철학을 대중 누구나 알기 쉽게 간명하게 담은 ‘윤노믹스’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참모들과 논의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를 대표하는 슬로건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참모들의 건의를 일축하며 과거 정부들의 실패 사례를 꺼내든 것이다.
윤 대통령 말대로 역대 정권들은 국정철학과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그만의 슬로건을 대중에 각인시켜왔다.
‘참여정부’란 이름이 붙은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과 ‘747’(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 선진국),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경제 슬로건으로 설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 이전 정권들과 같은 국정 슬로건이 없다. 정부를 대표하는 네이밍이나 캐치프레이즈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2021년에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때부터 보여주기식 슬로건 보다는 일과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받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키워드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캐치프레이즈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정부가 우월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든지 하향식이 아니라 어떻게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어떻게 마켓을 형성하고, 그래서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2일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해야 된다”며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절반 가량을 3대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기도 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몇 개월 동안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 외에 이렇다 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 5세 취학’ 등 설익은 정책으로 혼선을 빚으며 국정 지지율이 한때 20%대까지 추락했다. 여권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작년 11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자 상황은 달라졌다. 중도·보수층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눈에 띄게 회복하며 연초에는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지도 상승세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이참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경제정책 방향 등을 체계화해 명확한 슬로건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한 인사는 “사실 3대 개혁은 과거 정권이 눈치만 보고 미루다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폐단을 척결하자는 일종의 ‘네거티브성 아젠다’로 이 자체를 정권의 핵심 비전으로 계속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며 “지지층을 견고히 다지고 나아가 국민 통합을 이뤄내려면 보다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탄핵 사태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지지율이 여당인 새누리당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았던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비록 김종인 씨를 중용하지는 않았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와 같은 정책을 집행하는 등 ‘개혁과 통합의 정치’를 폈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경우 재임 중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당장은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어도 후대가 본받을 수 있는 방향성 제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최근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를 대표하는 경제 슬로건 혹은 키워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은 ‘보여주기식 슬로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닻을 올린 윤석열 정부는 8개월이 넘도록 아직 이렇다 할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중심의 경제운용과 함께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3대 개혁’을 내세워 한국 경제·사회의 체질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는 수차례 피력했다.
정치권에서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윤 대통령의 국정 및 경제정책 철학을 대중 누구나 알기 쉽게 간명하게 담은 ‘윤노믹스’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여주기식 슬로건 보단 일과 성과로 평가"
“과거 정권들은 지역균형발전이다, 녹색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이다 했죠. 그렇게 해서 과연 균형발전, 녹색성장, 소득주도성장이 이뤄졌습니까.”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참모들과 논의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를 대표하는 슬로건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참모들의 건의를 일축하며 과거 정부들의 실패 사례를 꺼내든 것이다.
윤 대통령 말대로 역대 정권들은 국정철학과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그만의 슬로건을 대중에 각인시켜왔다.
‘참여정부’란 이름이 붙은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과 ‘747’(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 선진국),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경제 슬로건으로 설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 이전 정권들과 같은 국정 슬로건이 없다. 정부를 대표하는 네이밍이나 캐치프레이즈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2021년에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때부터 보여주기식 슬로건 보다는 일과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받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키워드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캐치프레이즈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정부가 우월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든지 하향식이 아니라 어떻게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어떻게 마켓을 형성하고, 그래서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후대가 본받을 방향성 제시는 필요" 지적도
다만 윤 대통령은 최근 들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반복해서 국정운영의 주요 키워드이자 화두로 꺼내들고 있다.지난해 12월22일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해야 된다”며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절반 가량을 3대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기도 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몇 개월 동안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 외에 이렇다 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 5세 취학’ 등 설익은 정책으로 혼선을 빚으며 국정 지지율이 한때 20%대까지 추락했다. 여권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작년 11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자 상황은 달라졌다. 중도·보수층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눈에 띄게 회복하며 연초에는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지도 상승세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이참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경제정책 방향 등을 체계화해 명확한 슬로건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한 인사는 “사실 3대 개혁은 과거 정권이 눈치만 보고 미루다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폐단을 척결하자는 일종의 ‘네거티브성 아젠다’로 이 자체를 정권의 핵심 비전으로 계속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며 “지지층을 견고히 다지고 나아가 국민 통합을 이뤄내려면 보다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탄핵 사태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지지율이 여당인 새누리당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았던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비록 김종인 씨를 중용하지는 않았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와 같은 정책을 집행하는 등 ‘개혁과 통합의 정치’를 폈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경우 재임 중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당장은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어도 후대가 본받을 수 있는 방향성 제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