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말극 '한 검찰일군의 수기'…젊은층 눈높이 맞추려 공들여
'반공 처단' '최고지도자 충성' 메시지…특수기관 기강 다잡기도
CG에 피 튀기고 총격전…北, MZ세대 겨냥 화려한 범죄수사극
"해방된 여기 서울중앙청 회의실에서 이제 몇 분 후면 최고사령관 동지를 모신 중요 회의가 진행되게 되어있었다.

"
내레이션과 동시에 긴박한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며 이내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격렬한 총격전이 펼쳐진다.

북한이 새해 들어 간만에 선보인 주말연속극 '한 검찰일군(간부)의 수기'의 첫 회는 6·25 전쟁 중 북한군이 서울을 한때 점령했던 1950년 8월 김일성 암살 미수 사건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한 대검찰청 격인 북한 최고검찰소 부총장 최형규(배우 김대혁)는 이 사건을 최고사령관을 노린 특대형 범죄 사건 '특호 사건'으로 명명하고 혐의자를 색출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현재 2부까지 방영된 드라마는 이 사건을 쫓는 최형규와 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내각 사법성 부상 원기백(배우 남룡우)의 갈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둘은 1951년 가을 북한 113호군수공장에서 군복 3천 벌이 도난당하는 사건을 계기로 직접적으로 부딪힌다.

최형규는 수사에 착수했지만, 음모에 휘말려 되려 사건의 배후로 몰리고, 원기백은 최형규 체포 명령을 내린다.

이런저런 일로 위기에 몰린 최형규 등 검찰은 군수공장 도난사건과 특호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특호 사건을 조직한 자들이 수사를 차단하고자 자신들을 모략하는 것으로 의심한다.

CG에 피 튀기고 총격전…北, MZ세대 겨냥 화려한 범죄수사극
드라마는 조선중앙TV에서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편성돼 지난 1일 '제1부-특수가 없다', 15일 '제2부-명단에 오른 대상'이 각각 45분 분량으로 방영됐다.

이후 회차도 일요일마다 방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에서는 준법정신을 강조함과 동시에 특수기관 기강을 다잡으려는 메시지가 엿보인다.

내각인민검열위원장은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에게 가야 할 군수물자가 도난당한 사건을 '특대형 인권 교사 행위'라고 칭하며 원기백에 "이번에 사법성에서 문제를 단단히 세워 국가 법 기강을 바로 세워야겠다"고 지시한다.

또 최형규가 검찰이 정리한 특호사건 연루 의심자 명단을 받아보고 자신의 이름은 왜 없냐며 "최고사령관 보위와 관련된 문제에서 특수가 있을 수 없다"고 언급하는 장면도 나온다.

특수기관의 이기주의를 차단하고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북한 검찰은 김정은 체제 들어 위상과 역할이 강화하는 추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의약품 사재기와 불법 유통을 통제하지 못한 중앙검찰소장을 질타하고 해임하기도 했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반동 세력을 처단하겠다는 최형규의 집념을 부각함으로써 사상 무장과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도 드러난다.

최형규는 군수공장 도난사건을 넘기라는 원기백에 "만일 그 군복들이 반동 놈들의 수중에 들어갔다면 그 군복으로 위장하고 수도 한복판에 총을 들고 버젓이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 못 해봤냐"며 물러서지 않는다.

또 1951년 10월 기록된 '한 검찰일군의 수기'라며 "우리 주위에서 나와 꼭같은 말을 하면서도 우리 공화국의 심장에 칼을 박으려는 놈들, 가증스러운 이 원쑤들을 내 추호도 용서치 않으리라"는 글이 등장한다.

드라마에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됐고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기법으로 공장이 폭격당하는 장면을 생생히 재현했다.

그때그때 상황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효과음이나 배경음악도 수시로 등장한다.

외부 문물 유입을 극도로 경계하며 알음알음 한류 콘텐츠 등을 접하는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TV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를 선전·선동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선전 부문 간부들에게 서한을 보내 새 시대의 사상전을 창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는 영화를 가리켜 "변혁과 부흥의 새 시대의 요구에 맞는 명작들을 많이 창작하여 온 나라를 혁명열, 투쟁열로 들끓게 하라"고 당부하고, 방송 부문에는 "최근에 특색 있고 생신하며 커다란 여운을 남기는 편집물들을 연이어 내놓아 인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