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치료제 '오니바이드' 3상 성공한 佛입센…"1차 치료법 바뀌나"
프랑스 제약사 입센이 전이성 췌장관선암(mPDAC) 2차 치료제로 승인된 '오니바이드'를 1차 치료제로 격상하기 위한 임상 3상에서 표준요법(SOC)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입센은 “오니바이드를 포함한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법과 비교해 환자의 생존 기간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고 20일(유럽시간) 발표했다.

오니바이드는 화학항암제 '5FU'와 '류코보린'을 함께 투여하는 방법으로 전이성 췌장관선암 2차 치료제로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오니바이드 요법은 화학항암제 '젬시타빈'에 기반한 1차 치료를 받고도 암이 계속 진행될 경우 사용하도록 허가됐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7년 오니바이드 요법을 승인했다.

입센은 오니바이드를 2차 치료제가 아닌 1차 치료제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마련을 위해 오니바이드와 기존 1차 치료법의 효능을 직접 비교하는(헤드 투 헤드) 임상 3상 'NAPOLI 3'을 진행했다.
18개국 205개 병원에서 모집한 환자 770명을 대상으로 했다. 우리나라에선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국립암센터, 분당차병원 등 국내 6개 병원도 참여했다.

실험군 환자 383명에게는 오니바이드를 사용한 신규요법 NARILIFOX(오니바이드+옥살리플라틴+5FU+류코보린)를 한 달(28일)에 2회 투여했다. 대조군 환자 387명에게는 기존 1차 치료법인 젬시타빈과 아브락산(파클리탁셀+알부민)을 한 달에 3회 투여했다.

이후 평균 16.1개월 동안 환자들의 상태를 추적조사한 결과, 1차 및 2차 평가지표 모두에서 NARILIFOX가 기존 치료법 대비 효능 면에서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1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NARILIFOX를 투약한 실험군에서 11.1개월이었다.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한 대조군에서는 9.2개월이었다. 실험값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보여주는 p값은 0.04였다. p값은 0.05보다 작으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한다.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도 두 환자군 간 차이가 벌어졌다. 실험군은 7.4개월이었으며, 대조군은 5.6개월이었다(p값=0.0001). 무진행생존기간은 암이 다시 커지거나 재발하지 않고 환자가 생존한 기간이다.

보통 암이 다시 재발하게 됐을 때 이 기간이 끝이 난다. 전체 생존기간뿐 아니라 무진행생존기간에서도 약 2개월의 차이가 났다.

공동 2차 평가지표인 객관적반응률(ORR)에서도 NARILIFOX를 투약한 환자군의 결과값이 더 긍정적이었다. NARILIFOX를 투약한 환자군의 ORR은 41.8%였으며, 기존 치료법을 투약한 대조군의 ORR은 36.2%였다.
객관적반응률이란, 종양이 치료법에 반응해 일정 기준 이상 크기가 줄어들거나 사라진 경우를 말한다.

회사 측은 NARILIFOX의 안전성 및 내약성이 관리가능한 수준이었으며, 오니바이드 및 병용에 쓰인 화학항암제 고유의 안전 정보와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입센은 이같은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NARILIFOX를 전이성 췌장관선암 1차 요법으로 사용하기 위한 추가 승인을 FDA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이성 췌장관선암은 미국에서 매년 6만명 이상이 신규 발생하는 췌장암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다. 이 암은 표준치료를 받는다 해도 생존기간이 매우 짧고, 생존률도 낮기 때문에 FDA는 2020년 NARILIFOX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췌장암은 최신 항암치료법인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대표적인 암이다. 종양 내로 침투하는 면역세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높여주는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화학항암제 위주의 치료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니바이드는 화학항암제 ‘이리노테칸’를 지방 입자 ‘리포좀’으로 둘러싼 정맥주사제다. 이리노테칸은 세포분열에 필요한 DNA 복제 과정에 쓰이는 효소 ‘토포이소머레이즈’를 억제해 암세포의 복제를 막는다.

이리노테칸을 ‘날 것’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리포좀으로 감싸면, 암세포에 더 잘 도달할 수 있고, 암세포에 축적된 뒤엔 서서히 이리노테칸을 방출하기 때문에 더 오랜 기간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오니바이드를 포함한 NARILIFOX가 췌장관선암 1차 치료제로 승인되면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국내 신약벤처들은 신약 개발 전략을 다소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새로 개발하는 치료요법은 승인된 기존 치료제 대비 더 우수한 효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은 네오이뮨텍, 뉴지랩파마, 메드팩토, 온코닉테라퓨틱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꼽힌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