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접어든 이재명과 의혹들, 핵심 쟁점은 [최진석의 Law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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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수익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승인했다.’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 5명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입니다. 오는 28일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그의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측근들이 민간업자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제공해 성남시 등에 손해를 끼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최종 결정권자 자격으로 관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두 차례 소환조사를 거친 뒤 대장동 의혹과 앞서 조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합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사실무근이며, 증거를 대지도 못하는 검찰이 신빙성 없는 진술을 피의사실 공표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작년 9월 검찰은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른바 전쟁의 서막입니다. 이제 혹한기에 접어든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이 검찰의 연이은 기소와 함께 본격적인 공방을 벌일 전망입니다. 검찰과 이재명 대표 간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正照準
올해 들어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한 모양새입니다. 그동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1년 6개월간 측근 및 주변 인물을 수사해오며 증거 확보, 혐의 다지기를 해온 검찰이 가장 윗선으로 지목되는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죠.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해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엿새 만에 또다시 검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이 대표는 오는 28일 출석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최종 결정권자 위치에 있으면서 민간사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발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의 절반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 수익 중 1822억원의 확정이익만 배당받았습니다. 반면, 지분이 7%였던 민간업자들은 4040억원의 막대한 배당을 챙겨 성남시에 그만큼 손해를 입혔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한 검찰은 김만배씨가 자신의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인 24.5%를 정진상‧김용‧유동규씨 몫으로 배분했고, 공통 사업비를 제외한 428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428억원 약정설’입니다. 이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쟁점 –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쟁점은 배임죄, 그리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적용 여부입니다. 대장동 일당의 범죄 행위에 당시 성남시장인 이 대표가 얼마나 개입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김씨와 유 전 본부장, 정민용 전 공사 전략사업실장,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씨,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씨 등 5명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이해출동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2014년 6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뒤,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준 금품 외에도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유씨는 이를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것이죠.
이후 김 씨가 다른 대장동 일당과 만나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남욱 지분을 25%, 정영학 지분을 16%로 하면 내 지분은 49% 정도인데 절반 이상은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죠.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남 1공단입니다. 장기간 방치된 1공단을 전면 공원화하겠다는 것이 이재명 대표의 첫 성남시장 출마 시 핵심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시장 당선 후 이를 위한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찾은 해법 중 하나가 ’대장동과 1공단 결합개발‘이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 10월 정영학씨가 민간사업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용적률 상향, 서판교터널 개설 등의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를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연루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한 진술과 증언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수익배분 구조를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남욱 변호사는 공판 과정에서 “아파트 용적률 상향, 서판교 터널 개통 등은 1공단 공원화 사업비 확보를 위한 이 대표의 지침으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개발이익의 절반 이상을 땅값 오르기 전 기준으로 70% 넘게 돈 한 푼 안 들이고 위험 부담 하나도 안 하고 성남시민을 위해서 환수한 게 배임죄입니까?”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이재명 대표가 한 말입니다.
이 대표는 대선 전부터 대장동 개발은 ‘성공적인 공공 환수 사례’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측근들의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핵심쟁점 – 제3자 뇌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한 핵심 쟁점은 ‘제3자 뇌물죄’입니다. 단순 뇌물과 달리 제3자 뇌물은 당사자가 직접 돈을 받지 않아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좀 더 까다로운 혐의 입증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게 인정돼야만 합니다.
성남FC 사건에서 검찰은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였던 이재명 대표가 2016~2018년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성남FC에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 부지에 대해 용도 변경 혹은 용적률 상향을 해준 것이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던 인물이 정진상 전 실장입니다.
“후원금을 받은 뒤 그 후원금을 어디에 썼느냐는 핵심이 아닙니다. 그에 대한 성과급을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3인이 집중적으로 받아 간 것 또한 핵심은 아닙니다. 후원금을 받은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고, 핵심은 과연 ‘부정한 청탁’이 정말 있었느냐입니다. 이것만 인정되면 제3자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부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변호사의 말입니다. 형법상 제3자 뇌물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습니다. 뇌물액이 1억원을 넘으면 특가법에 따라 가중처벌되는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 시절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선정을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게 했다가 제3자 뇌물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성남FC에 후원금을 받아 구단도 살리고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사용했다고 해서 제3자 뇌물죄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청탁 내용이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대가’가 오갔다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이 대표는 ‘청탁의 대가로 후원금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해명해야 합니다. 그는 적법 행정에 따른 광고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검찰은 이 부분이 맞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검찰은 대장동 소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성남FC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불구속 기소를 통해 법리싸움으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법원의 시간’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검찰이 2월 중 기소한다고 해서 ‘검찰의 시간’이 끝난 건 아닙니다. 성남시 백현동 개발 의혹 또한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쌍방울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남아있는 불씨입니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범죄 수사입니다. 그리고 범죄수사를 받는 사람이 여러가지 말로 방어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잘못된 게 아닙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9월 이재명 대표 검찰 소환에 대해
이 대표 입장에선 이번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할 것 같습니다. 설 연휴도 없이 소환조사를 앞두고 혐의 다지기에 나선 검찰도 명운을 걸고 수사력을 끌어올리는 모양새입니다. 의혹과 주장은 많지만 결국 결론은 나게 될 것입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여론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을 두고 검찰과 정치권에 관심이 쏠리면서 다른 사회 현안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중의 시선이 온통 서초동과 이재명 대표의 소환조사, 기소에만 함몰된다면 산적한 사회 여러 현안 해결을 물론 사회통합의 길도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양측 모두 이런 사회 우려를 인식하고 보다 성숙하고 냉철한 자세로 임하길 바라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