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침윤림프구(TIL)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신약벤처 이오밴스 바이오테라퓨틱스가 인터루킨2 치료제 ‘프로류킨’의 글로벌 판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학적제제허가신청(BLA)을 앞둔 TIL 세포치료제 ‘리필류셀’의 효능을 강화할 목적으로 프로류킨을 함께 투여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이오밴스는 23일(미국 시간) 영국 바이오기업 클리니젠이 보유한 프로류킨의 글로벌 판권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선수금은 1억6670만 파운드(약 2545억원)이며, 자사 세포치료제 후보물질 리필류셀이 전이성 흑색종에서 FDA 승인을 받으면 단계별기술료 4170만 파운드(637억원)를 추가 지불하기로 했다. 투여한 리필류셀의 활성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투약하는 프로류킨 매출에 대해서도 10% 이상의 로열티를 제공한다. 해당 거래는 1분기 내로 종료될 예정이다.

이오밴스의 선도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종양침윤림프구 세포치료제 리필류셀이다. 리필류셀은 환자의 암 조직을 채취한 뒤 종양 내에 침투(침윤)한 면역세포 중 T세포만 뽑아 다시 배양했다. 종양에서 발현된 암 항원을 인지한 ‘정예’ T세포만 분리·배양한 것으로 보면 된다. 환자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를 선별작업 없이 배양하는 것에 비해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하는 T세포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이오밴스는 리필류셀을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미국 머크)와 함께 투약하는 임상 3상(TILVANCE-301)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오밴스의 임상2상 설계를 보면 리필류셀을 환자에게 투여한 뒤, 리필류셀의 효능을 ‘부스팅’할 목적으로 IL-2를 투약했다. IL-2는 T세포를 활성화하는 동시, 면역을 저해하는 조절T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환자의 NK(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리필류셀이 FDA 승인을 받아 시장에 출시되면 이오밴스는 이 단계에서 재조합 IL-2인 프로류킨을 투약하겠다는 의도다.

임상 3상(TILVANCE-301)은 전이성 흑색종 환자 670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 단독요법과 리필류셀+키트루다 병용요법의 효능을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오밴스는 임상 3상 진행에 따라 전이성 흑생종에 대한 치료제로 리필류셀의 판매허가 순차 심사(롤링 BLA)를 1분기 내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FDA 승인을 받으면 리필류셀은 처음으로 시판되는 TIL 치료제가 된다.

프로류킨은 노바티스가 1992년 FDA 허가를 받은 인간 재조합 IL-2다. 투약시 면역능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해주기 때문에 출시 초기에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투약용량을 늘리면 전신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 몸 곳곳에서 부종이 생기는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났다. 효과의 지속기간도 비교적 짧아 암이 재발하는 문제도 있었다. 흑색종이나 전이성 신장암 등 제한적인 용도로 쓰이던 프로류킨의 판권을 노바티스는 2018년과 2019년 2차례에 걸쳐 클리니젠에 넘겼다. 이어 이오밴스는 이 판권을 인수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T세포 치료제 전문기업인 이오밴스가 함께 투약할 IL-2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기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시너지를 목적으로 이미 승인된 IL-2 치료제 프로류킨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오밴스의 프로류킨 판권 인수 소식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전일 대비 11.64% 오른 7달러로 장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네오젠TC가 TIL 치료제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오밴스, 재조합 IL-2 '프로류킨' 3000억원+α에 전세계 판권 인수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