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일 최대주주를 배제한 채 주주 행동주의펀드와 손잡고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편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아 창업주로부터 경영권까지 박탈하는 미국식 주주 행동주의가 국내에서도 현실화하면서 파장이 다른 기업들까지 확산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엔터 이사진이 20일 회사를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여온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포함하는 등 12개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데에는 얼라인 외 또다른 복수의 기관투자가가 중심이 돼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현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기관 등은 얼라인 측과 별도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인 에스엠브랜드마케팅 부당 지원 △SM엔터가 와이너리, 외식업, 부동산업 등 무분별한 신사업 진출로 적자를 키운 점 등을 이유로 주주제안에 나서 현 이사진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SM엔터 이사회는 3월 주총에서 얼라인 및 다른 기관과 대립해 표대결을 벌여도 경영권 방어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 주총에서도 얼라인은 감사인 선임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위임받아 33%의 지분을 확보해 참석주주 과반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반면 이수만 총괄은 자신의 지분 외에 4%를 위임받는 데 그쳤다. SM엔터 사내이사진이 이 총괄의 친인척인 이성수 대표,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 총괄과 함께 일해온 탁영준 대표 및 박준영 이사 등 최측근으로 구성돼 있지만 얼라인과 손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이번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얼라인, KCGI 등 행동주의로 이미 이름을 알린 국내 운용사들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대형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어 이들의 ‘공격 대상’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가운데 지배구조가 낙후돼 있다거나 주주가치 제고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은 행동주의의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발빠른 일부 기업의 최대주주와 최고 경영진은 행동주의펀드 대표들을 물밑에서 만나 이들의 동향과 의중을 살피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3세들과 중견·중소기업 대주주들이 최근 이창환 대표, 강성부 KCGI 대표 등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며 “불길이 번지기 전에 이들의 주장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