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좌파가 '진보'일 수 없는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문제 만나면 해결하는 게 인간"
치열한 노력과 창의력 발휘해
'신세계' 이뤄내는 게 진짜 '진보'
"분명하게 눈에 보이는 게 전부"
'과학' 들이대며 날개 꺾어서야
이학영 논설고문
치열한 노력과 창의력 발휘해
'신세계' 이뤄내는 게 진짜 '진보'
"분명하게 눈에 보이는 게 전부"
'과학' 들이대며 날개 꺾어서야
이학영 논설고문
올해로 92세를 맞은 ‘저주 포르노(doom porn) 공급업자’ 폴 에를리히가 최근 자서전을 펴냈다. <과학과 정치학으로 항해한 일생(Life: A Journey through Science and Politics)>이라는 제목이 거창하다. 그가 세간의 주목을 모은 것은 1968년 대표 저서 <인구폭탄(The Population Bomb)>을 펴내면서다.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그는 당시 35억 명에 이른 세계 인구 추이를 생태학적으로 분석하고는 “더 이상의 증가를 방치하면 전 세계가 대기근에 빠질 것”이라며 즉각적인 제한 조치를 촉구했다. 세계 인구가 작년 기준 80억 명을 넘어섰지만, 식량 부족은커녕 주요국마다 과식으로 인한 비만 환자 문제가 오히려 심각하다.
1980년에는 구리 니켈 등 천연자원이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한계를 넘어섰다며 경제학자와 내기까지 걸었다가 돈을 잃는 망신을 당했다. 대형 ‘헛다리’ 사고를 줄줄이 내고도 그는 오류를 시인한 적이 없다. 이달 초에는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미국 방송에 출연해 이상기후 문제를 늘어놓으며 또 다른 종말론 설파에 열을 올렸다. “나는 평생을 치열한 과학적 분석과 진단을 통해 세계인에게 재앙 발생을 경고하고 대책을 세우도록 돕는 데 바쳤다”고도 했다.
‘부도옹(不倒翁)’ 에를리히와 겹치는 인물이 한국에도 있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변형윤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비롯해 포항제철 설립, 중화학공업 육성, 인천국제공항 건설 등 주요 국책사업마다 ‘극력 반대’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초기 경제 개발을 위해 필요한 외자 도입과 대기업 육성을 ‘망국의 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세계 6대 무역대국으로 발돋움시킨 일등공신, 경부고속도로가 1968년 착공되자 “도로를 닦아봤자 그 위를 달릴 차가 얼마나 되느냐. 부자들이 기생과 첩을 데리고 유람 다니는 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맹공격한 일화가 유명하다.
에를리히와 변 교수의 공통점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줄 몰랐다는 것이다. 세상의 문제를 자신들이 체득한 ‘분명한 사실’로만 판단하고는 ‘과학적 분석’이라고 자신했다. 인간이 지닌 잠재력을 어떻게 떨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이런 ‘과학적 비관주의’에 한 수 가르쳐 준 대표적 인물이 에를리히와의 ‘자원 고갈’ 내기에서 이긴 줄리언 사이먼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사이먼은 “인구가 증가하면 오히려 자원이 늘어난다”며 에를리히에게 내기를 제안했는데,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이 그의 믿는 구석이었다. “인간은 한계에 부딪히면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 식량을 비롯한 자원 부족 문제를 더 높은 효율과 공급 확대, 대체재 발견을 통해 극복해왔다.”(궁극의 자원, 1981)
사이먼 교수가 말한 ‘궁극의 자원’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인간이 재능과 역량을 온전히 발휘한다면 어떤 난제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그의 진단은 사실 새로울 게 없었다.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을 통해 세상을 뒤흔들었던 게 1798년인데, 그와 똑같은 저주와 자학이 뒤섞인 주장이 아직까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세상의 문제들에 지레 ‘한계’를 두지 않고 치열한 노력으로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진보’를 이뤄내는 영웅이다. 이런 진보를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 인간의 가능성을 믿어주지 않고 ‘과학적 판단’을 근거로 창의 발휘에 족쇄를 채우는 짓이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한 노력을 ‘탐욕’이라고 공격하고, 그 결과로 얻는 결실을 ‘격차 확대’로 매도하는 상황에서 온전한 진보가 이뤄질 수 없음은 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의 사회주의 실험 실패에서 입증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에를리히와 변형윤을 맹종하는 좌파들이 아직도 곳곳에서 활보하고 있다. 변 교수의 제자들이 핵심을 이뤘던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정책포럼을 출범시키며 세력화에 나선 게 단적인 예다. 시장 활력에 족쇄를 채운 부동산·탈원전·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가 실패해놓고도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는데, 제대로 된 끝장 토론의 계기라도 됐으면 좋겠다.
1980년에는 구리 니켈 등 천연자원이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한계를 넘어섰다며 경제학자와 내기까지 걸었다가 돈을 잃는 망신을 당했다. 대형 ‘헛다리’ 사고를 줄줄이 내고도 그는 오류를 시인한 적이 없다. 이달 초에는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미국 방송에 출연해 이상기후 문제를 늘어놓으며 또 다른 종말론 설파에 열을 올렸다. “나는 평생을 치열한 과학적 분석과 진단을 통해 세계인에게 재앙 발생을 경고하고 대책을 세우도록 돕는 데 바쳤다”고도 했다.
‘부도옹(不倒翁)’ 에를리히와 겹치는 인물이 한국에도 있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변형윤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비롯해 포항제철 설립, 중화학공업 육성, 인천국제공항 건설 등 주요 국책사업마다 ‘극력 반대’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초기 경제 개발을 위해 필요한 외자 도입과 대기업 육성을 ‘망국의 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세계 6대 무역대국으로 발돋움시킨 일등공신, 경부고속도로가 1968년 착공되자 “도로를 닦아봤자 그 위를 달릴 차가 얼마나 되느냐. 부자들이 기생과 첩을 데리고 유람 다니는 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맹공격한 일화가 유명하다.
에를리히와 변 교수의 공통점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줄 몰랐다는 것이다. 세상의 문제를 자신들이 체득한 ‘분명한 사실’로만 판단하고는 ‘과학적 분석’이라고 자신했다. 인간이 지닌 잠재력을 어떻게 떨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이런 ‘과학적 비관주의’에 한 수 가르쳐 준 대표적 인물이 에를리히와의 ‘자원 고갈’ 내기에서 이긴 줄리언 사이먼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사이먼은 “인구가 증가하면 오히려 자원이 늘어난다”며 에를리히에게 내기를 제안했는데,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이 그의 믿는 구석이었다. “인간은 한계에 부딪히면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 식량을 비롯한 자원 부족 문제를 더 높은 효율과 공급 확대, 대체재 발견을 통해 극복해왔다.”(궁극의 자원, 1981)
사이먼 교수가 말한 ‘궁극의 자원’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인간이 재능과 역량을 온전히 발휘한다면 어떤 난제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그의 진단은 사실 새로울 게 없었다.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을 통해 세상을 뒤흔들었던 게 1798년인데, 그와 똑같은 저주와 자학이 뒤섞인 주장이 아직까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세상의 문제들에 지레 ‘한계’를 두지 않고 치열한 노력으로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진보’를 이뤄내는 영웅이다. 이런 진보를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 인간의 가능성을 믿어주지 않고 ‘과학적 판단’을 근거로 창의 발휘에 족쇄를 채우는 짓이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한 노력을 ‘탐욕’이라고 공격하고, 그 결과로 얻는 결실을 ‘격차 확대’로 매도하는 상황에서 온전한 진보가 이뤄질 수 없음은 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의 사회주의 실험 실패에서 입증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에를리히와 변형윤을 맹종하는 좌파들이 아직도 곳곳에서 활보하고 있다. 변 교수의 제자들이 핵심을 이뤘던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정책포럼을 출범시키며 세력화에 나선 게 단적인 예다. 시장 활력에 족쇄를 채운 부동산·탈원전·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가 실패해놓고도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는데, 제대로 된 끝장 토론의 계기라도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