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 강서구 화곡동·인천 미추홀구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전세 사기에 대해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역 상황과 범죄 위험 등을 사전에 보고해야 할 정보 담당 경찰이 관련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24일 “전세 사기는 수년 전부터 발생했지만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서 관련된 범죄 첩보를 수사 부서에 넘긴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보통 정보 담당 경찰들은 공공기관과 관내 중요 민간단체 등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정보를 청취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 범죄 첩보를 수집하고 윗선에 보고하지만 전세 사기 관련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경찰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 개혁을 이유로 정보 활동 범위를 법으로 대폭 축소한 것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월 경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정보경찰의 역할을 대폭 줄였다. 이후 2020년 경찰법 등을 개정해 대부분의 민간단체에 출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전국 정보경찰 인원 역시 2019년 상반기 3358명에서 2985명으로 약 11.2% 축소했다. 현재 정보경찰은 집회 등 시위 현장만 주로 챙기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외근 정보관은 “내근 업무 횟수가 상당히 늘어났다”고 했다.

화곡동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성 전세매물의 ‘폭탄 돌리기’ 역시 문제가 터지기 전에 잡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보경찰이 전세사기와 같은 치안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분석해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면 위험신호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 시스템에선 사고후 수사에 들어가는 모습만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