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9대 긴급민생프로젝트’에 대해 당 내부에서도 “정책 타이밍이나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총 30조원 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아홉 가지 정책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부채 이자 감면 프로그램 및 ‘고정비 상환 감면 대출제도’ 도입(12조원) △핀셋 물가지원금(5조원) △매입 임대 확대(5조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뱅크 설립(2조원) 등이다.

민주당은 기자회견 직후 세부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책에 필요한 재원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예산편성 권한을 가진 정부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기댈 수 있는 것은 169석의 의석수를 활용한 입법권이다. 당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과 개별입법 등 ‘투 트랙’으로 정책을 입안할 계획이다. 핀셋 물가지원금은 추경에 반영하고,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상환을 감면하는 대출제도는 입법으로 추진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서도 여권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민주당에 여전히 부담이다. 지난해 민주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민생입법과 민생 예산 증액도 번번이 “당 대표 사법리스크 물타기용”이라는 여당 공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당내에서도 거대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대안정당’ 이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긴급민생프로젝트엔 구체성이 부족한 포퓰리즘식 제안이 다수 포함됐다”며 “올해 예산안을 처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추경을 요구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