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직접 지원 탓에 '온실속 화초' 우려…직접 지원보다 자생력 키워야
'혁신증명' vs '내실부족'…CES서 드러난 K-스타트업의 명암
이달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한국 기업 500여 곳이 혁신상 3분의 1을 휩쓰는 성과를 냈지만, 일각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 대비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CES 한국 공식 에이전트인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CES 2023에서 부스를 운영한 총 국내 기업은 566곳이다.

'CES 혁신상'을 받은 한국 제품은 216개로 전체(612개)의 35%를 차지했다.

지난해(139개)와 비교했을 때 55% 증가한 수치로, 스타트업 강국인 미국(177개), 대만(38개), 프랑스(37개)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혁신상을 수상했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 111곳은 19개 분야에서 혁신상 121개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드러냈다.

올해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크립토'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투자 문의와 언론 인터뷰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외국 정부 쪽 에이전시와 사업 협력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연속 CES에 참여하고 있다는 스타트업 관계자도 "국내 기업들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 담당자를 만나긴 쉽지 않다"면서 "네트워킹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가 업체 수를 단순히 늘리는 데 집중하느라,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 CTA가 발표한 '세계 혁신 스코어카드'에서 평가 대상 70개국 가운데 26위에 그쳤다.

연구개발 투자(A+), 원격 의료(A+), 디지털 자산(A), 드론(A), 기업 활동(A+), 인적 자원(A-) 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다양성(D), 세금 우대(C), 환경(B), 사이버 보안(F) 등에서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를 두고 이한범 KICTA 상근부회장은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많다 보니 국내 스타트업들이 '온실 속의 화초'가 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CES 참가에 드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한 뒤 성과에 따라 이를 환급하는 중국 사례를 언급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지원 시스템도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CES에서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진두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코트라(KOTRA), 창업진흥원,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이 각개전투를 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참가에 의의를 두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공공재원을 들이는 만큼 프랑스와 독일처럼 브랜드 하나로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기업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