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美 고위급 3명 제안…젤렌스키는 바흐무트 고수 원하는 듯"
서방 "바흐무트 대신 남부 공세 집중" 우크라에 전술변경 촉구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대신 남부 지역 공세를 강화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설득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서방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 바흐무트에서의 손실을 줄이고,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공격을 계획하는 데에 집중할 것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특히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 등 미국 고위급 인사 3명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수도를 찾아 볼로디미르 제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에서의 소모전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허를 찌르는 신속한 기계화 기동 전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한 챌린저2 탱크 14대를 포함,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최근 지원을 약속한 수백 대의 장갑차가 이런 전술 변경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는 것이다.

돈바스 지역의 요충지인 바흐무트에선 현재 민간 용병단 '와그너 그룹' 전투원들이 중심이 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양측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흐무트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CNN은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바흐무트에서의 러시아의 승리가 기정사실이라고 믿지 않으며, 이 도시를 포기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그의 측근들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를 고수해낸다면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 전체를 되찾을 기회가 열리며, 반면 러시아군이 이 도시를 차지할 경우 전략적으로 중요한 동부 도시인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까지 뚫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전술 변경 촉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향후 몇 주 안에 대규모 공세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달 초 키이우를 방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의 공세 계획에 대한 미국의 평가를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또 푸틴 대통령이 약 20만 명의 병력을 추가로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과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달 초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를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으로 임명한 것도 새로운 공세를 위한 준비로 해석되고 있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겪은 심각한 패배의 책임자로 지목돼온 게라시모프가 자신이 전쟁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새로운 공세를 펼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서방 "바흐무트 대신 남부 공세 집중" 우크라에 전술변경 촉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