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못했다"…낙관론 속 사라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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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올해 다보스포럼 진단
"누구도 감히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말하지 못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선 이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로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크지만, 새해의 희망적인 분위기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부정적인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는 뜻이다.
지난 16~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선 글로벌 경제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중국이 고강도 방역 정책을 풀고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는 점과 유럽의 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온화해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완화하고 있다는 게 낙관론의 주요 근거였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세계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의 가장 명백한 위협"이라고 짚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원유 등 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려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중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은 원유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기존 원유 재고는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인 니콜라이 탕겐도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할 때 세계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올해 큰 관심사"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모든 금융자산에 있어 최악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변수를 제외하고서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랄프 해머스 CEO는 "세계는 에너지, 식량, 기술 등을 충분히 확보하기로 결정한 '안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값비싼 투자를 필요로 한다"면서 물가 자극 요소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 위험도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8일 공개한 베이지북(경기 평가 보고서)은 "기업들이 앞으로 부진한 경제 성장을 전망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는 기업의 기대 수익을 잠식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인들의 렌트비 부담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도 경기의 부정적인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