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당내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의원들과 오찬을 같이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출석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대표를 대체할 인물을 물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박찬대 최고위원을 비롯해 강민정·김남국·김용민·장경태·최강욱·최혜영·황운하·민병덕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 10여 명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을 했다. 민병덕 의원은 오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기간 청취한 민심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참석 의원들은 “당무에 좀 더 신경 써달라” “민주당이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 “검찰이 너무 심하게 야당을 수사하는 것 아니냐” “야당 탄압에 대응해 민주당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처럼회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법안 강행 처리 등 검찰 관련 사안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확대해석에 대한 당 지도부의 경계에도 이날 오찬이 최근 검찰의 잇따른 이 대표 소환 통보는 물론 그에 따른 당내 반발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당과 분리 대응을 주장해온 비명계 의원들은 이미 세 결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등 비명계 의원 30여 명은 오는 31일 ‘민주당의 길’이라는 연구 모임을 출범한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비명계가 만든 ‘반성과 혁신’을 확대 개편한 모임으로,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이인영 의원, 친문·친이낙연계 신동근 의원도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에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꾸린 정책 포럼 ‘사의재’가 출범했고, 친문 의원 60여 명이 참여하는 싱크탱크 ‘민주주의 4.0’도 정치개혁과 관련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비명계가 검찰 기소로 인한 이 대표의 유고 사태와 대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 등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강성 당원들과 비명계 의원 간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는 설 연휴인 지난 22일 “이원욱·김종민·조응천을 징계하라”는 글이 올라와 24일 1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반성과 혁신’ 토론회에서 해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지적하며 ‘1000원 당원’이라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유정/원종환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