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악덕 CEO' 머스크를 위한 변론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서 욕을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사람을 대라고 하면 아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떠오를 것이다. 이에 못지않은 인물을 한 명 더 꼽으라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 ‘테슬라 신화’는 이제 ‘테슬라 리스크’로 바뀌었다. 테슬라 주가는 작년 한 해 70%가량 폭락했다.

혹평받는 경영 방식

머스크는 지난해 트위터 때문에 연일 구설에 올랐다. 비판의 요지는 이렇다. 트위터 인수 후 직원의 50%를 해고하는 ‘막가파식’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용자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위터의 경영은 악화했고, 덩달아 테슬라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그는 수익성 강화안을 조기 시행하기 위해 트위터 직원들에게 주 7일 24시간 쉬지 말고 일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악명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경영자로 나선 기간은 세상에 형편없는 리더십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본보기가 된 시간”이라고 혹평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머스크를 깎아내렸다. 그는 “큰 회사의 경영은커녕 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조차 머스크에게 믿고 맡기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테슬라 주가 폭락 때문에 분통이 터진 투자자들도 머스크 손절에 나섰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CEO직 사임 여부를 투표에 부치자 과반수가 찬성했다. 결국 그는 후임자가 찾아지면 트위터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위터 인수 이후 행보에 대한 다른 평가도 있다.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마초식 경영을 속 시원하게 본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근저에는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기술산업의 호황 속에서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 직원들이 과도한 급여와 복지 등의 혜택을 받았다는 인식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경영진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불합리한 양보(unreasonable concessions)’를 해온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포천은 “옛 업무 방식을 그리워하는 CEO들은 머스크의 ‘하드코어’ 전술에 공감한다”며 “그들은 징징거리는 직원들의 요구(all the whining)에 지쳤다”고 보도했다.

다른 시각도 있어

뉴욕타임스 기술 칼럼니스트인 케빈 루즈는 “경기 침체 우려로 테크기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머스크가 경영 혁명을 시작할 적기에 트위터에 입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머스크처럼 (과감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CEO가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3 세계 대전망’ 기사에서 “우려 속에서도 트위터는 잘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도 반등세다. 테슬라 담당 애널리스트의 64%가 올 들어 매수 또는 비중 확대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간이 더 지나야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라도 다양한 관점으로 머스크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