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사우디 언론인 평가 놓고 폼페이오-WP 한바탕 충돌
사우디아라비아 정권 차원의 살해 의혹이 제기돼온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평가를 놓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정면충돌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발간된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카슈끄지를 깎아내리는 듯한 내용을 담은 게 발단이 됐다.

그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을 용감하게 비판해 순교한 사우디의 '밥 우드워드'가 아니며, "왕위 쟁탈에서 패배한 세력을 지지한 활동가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드워드는 과거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기자다.

카슈끄지는 생전 WP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이에 WP는 프레드 라이언 발행인 명의로 낸 성명을 내고 "폼페이오는 극악무도한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맹폭했다.

성명은 폼페이오가 "책을 팔아먹기 위한 술책"으로 WP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의 삶과 업적을 깎아내렸다면서 이런 내용이 "터무니없이 그릇됐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윗에 WP 성명을 첨부하며 이를 반박했다.

그는 "미국민이 더 안전한 것은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왕따 국가'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언론이 나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며 "단지 누군가가 WP의 비상근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생명이 위험한 곳에서 복무하면서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군인들의 생명보다 더 중요해지는 건 아니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WP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지시로 잔혹하게 살해됐으며 한때 폼페이오가 국장을 지냈던 중앙정보국(CIA)이 이런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꼬집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초인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CIA 국장을, 그 후부터 트럼프 임기가 끝난 2021년 1월까지 국무장관을 각각 지냈다.
'살해' 사우디 언론인 평가 놓고 폼페이오-WP 한바탕 충돌
카슈끄지의 부인 하난 엘라트르 카슈끄지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폼페이오를 향해 "그는 조용히 있어야 하며, 내 남편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말고 입을 닥쳐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책을 출간해 내 남편을 폄하하고 돈을 챙기려는 모든 자들이 아무런 말을 못 하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카슈끄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썼던 반체제 인사로, 2018년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됐으며 왕세자가 그 배후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미연방법원은 지난해 말 왕세자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관련 소송을 각하하는 등 면죄부를 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