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가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복수의 임상 3상에서 성공과 실패 소식을 동시에 전했다.

MSD는 25일(미국 시간) 키트루다와 화학항암제를 병용해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날 전립선암의 일종인 전이성 호르몬 민감성 전립선암(mHSPC)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키트루다의 효능을 확인하지 못해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담도암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비교적 흔한 암(국내 9위)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연간 발생 환자가 8000명 이하로 적어 상대적으로 희귀암으로 분류된다. MSD는 담도암 1차 치료요법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과, 여기에 키트루다를 추가한 요법을 비교하는 임상 3상(KEYNOTE-966)을 진행했다.

1차 평가지표는 전체 생존기간(OS)이었으며, MSD는 키트루다를 포함한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법 대비 유의미하게 OS를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자세한 결과는 학회에서 공개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키트루다의 적응증 추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선두 주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다. 지난해 9월 임핀지와 화학항암제 2종(젬시타빈, 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 담도암 치료법으로 FDA에서 승인받았다. 임핀지 병용요법은 임상 3상(NCT03875235)에서 기존 요법의 OS 11.5개월을 한 달 이상 늘린 12.8개월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의 'ABL001'이 담도암을 대상으로 최근 긍정적인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키트루다와 임핀지가 1차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한 반면, ABL001은 화학항암제 파클리탁셀과 병용해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임상을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치료차수가 높아질수록 환자들에게 약이 잘 듣지 않고 예후도 점점 나빠진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객관적반응률(ORR)이었다. 국내 2상에서 ABL001의 전체 객관적반응률(ORR)은 37.5%였다. 2차 치료제로 투여받은 환자군에선 63.6%를 기록했다. 3차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ORR은 15.4%였다.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임핀지 병용요법의 ORR이 26.7%인 점과 비교하면 반응률이 높았다.다만 치료 관련 부작용(TRAE) 보고 사례가 표준치료법 대비 많은 점이 약점으로 거론됐다.

MSD는 담도암 임상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반면, 전립선암 임상에서는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안드로겐수용체 억제제인 엑스탄디 단독과 엑스탄디·키트루다 병용의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 3상(KEYNOTE-991)이었다.

중간분석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엑스탄디 단독요법 대비 OS와 무진행생존률(PFS)을 개선하지 못했다. 안전성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MSD에 따르면 병용요법에서 3~5등급의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이 엑스탄디 단독 대비 더 높았다.

MSD 관계자는 “(임상)데이터를 검토한 독립적모니터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전이성 호르몬 민감성 전립선암 환자 대상의 임상 연구를 종료한다”고 했다.

2014년 진행성 흑색종 치료제로 처음 FDA에서 승인받은 키트루다는 지금까지 비소세포폐암 등 19개 암종을 대상으로 허가됐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