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더 내고 더 받기'안 부활에…연금개혁 산으로 가나 [연금개혁 A to Z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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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단일 연금개혁안 도출 불발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추천으로 선임된 일부 자문위원이 문재인 정부 때 논의됐다가 합의에 실패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다시 들고나와 유력하게 밀고 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자문위원들은 4년 전 거론됐던 이 안이 현실화하면 '개혁 후퇴'를 넘는 '개악(改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발 단일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문위는 오는 27~28일 회의를 거쳐 개혁안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4년 만에 이 개편안이 테이블에 다시 올라온 것은 자문위원인 남찬섭 동아대 교수가 '중요한 과거 사례'로 꺼내 들면서다. 자문위 비공개 회의에서 남 교수는 이를 '참고자료' 정도로 제시했지만, 위원들 사이에선 사실상 야당 측 위원들의 '협상 기준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남 교수는 자문위가 발표할 개혁안의 초안 대표 집필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재정 건전을 강조하는 위원들은 이 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로 여당 측에서 선임된 전문가들이다.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안을 두고 2019년 당시 연금특위는 이대로 개혁할 경우 국민연금이 2064년 고갈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2018년)에선 개혁이 없다면 기금이 2057년 고갈되는 것으로 나왔는데, 불과 고갈 시기를 7년 늦추는 개혁안이었던 셈이다. 그나마도 곧 발표될 5차 재정추계에선 적자·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9년 다수안이 다시 언급되는 것 자체가 '개혁 후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 안정론자들은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단계적으로 15~17%까지 올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하면 소득대체율을 40%에 그대로 두더라도 연금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최소한 '동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자문위 회의에선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소득대체율 40%를 전제로 10년 내 보험료율 5~6%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특강에서 "보험료율을 20년간 단계적으로 17%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측 한 자문위원은 "애초에 시민단체 추천으로 자문위에 들어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그쪽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자문위원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전문가적 식견으로 논하라는 자리인데, 특정 집단의 주장을 전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문위는 오는 27~28일 토론을 거쳐 개혁안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소득보장론자와 재정안정론자 양측의 괴리가 커 단일안 도출은 불발 수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안 합의가 안 되면 두 개 이상의 복수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단일안이 나오지 못하면 연금 개혁도 쉽지 않아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 정권에서도 정부가 국회에 4개 안을 제출했다가, 결국 사회적 합의 기구인 경사노위에 추가 논의를 떠넘겼다. 경사노위는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를 포함한 3개 안을 제시했지만, 국회는 "정부안 하나를 가져오라”는 지적과 함께 퇴짜를 놓았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 때문에 연금 개혁 논의에서 손을 뗐다.
이번에 복수안이 나온다면 향후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해 여론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 자문위원은 "보험료가 늘거나, 수령 시기가 늦춰지는 등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 방향의 개혁안을 국민들이 당장 선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공론화위로 넘어가면 재정을 강화한 전문가들 안이 선택받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야당과 시민단체 추천으로 선임된 일부 자문위원이 문재인 정부 때 논의됐다가 합의에 실패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다시 들고나와 유력하게 밀고 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자문위원들은 4년 전 거론됐던 이 안이 현실화하면 '개혁 후퇴'를 넘는 '개악(改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발 단일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문위는 오는 27~28일 회의를 거쳐 개혁안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4년 전 '더 내고 더 받는'案 다시 테이블로
자문위 관계자에 따르면 야당 측 자문위원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리는 방안을 물밑에서 밀고 있다. 이는 전 정권 때인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다수안'이라며 발표했던 개편안 중 하나다. 2018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4개 개혁안에도 포함됐다. 당시 한국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사회단체는 지지했지만, 경영계에서 반대하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4년 만에 이 개편안이 테이블에 다시 올라온 것은 자문위원인 남찬섭 동아대 교수가 '중요한 과거 사례'로 꺼내 들면서다. 자문위 비공개 회의에서 남 교수는 이를 '참고자료' 정도로 제시했지만, 위원들 사이에선 사실상 야당 측 위원들의 '협상 기준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남 교수는 자문위가 발표할 개혁안의 초안 대표 집필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재정 건전을 강조하는 위원들은 이 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로 여당 측에서 선임된 전문가들이다.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안을 두고 2019년 당시 연금특위는 이대로 개혁할 경우 국민연금이 2064년 고갈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2018년)에선 개혁이 없다면 기금이 2057년 고갈되는 것으로 나왔는데, 불과 고갈 시기를 7년 늦추는 개혁안이었던 셈이다. 그나마도 곧 발표될 5차 재정추계에선 적자·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9년 다수안이 다시 언급되는 것 자체가 '개혁 후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 안정론자들은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단계적으로 15~17%까지 올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하면 소득대체율을 40%에 그대로 두더라도 연금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최소한 '동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자문위 회의에선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소득대체율 40%를 전제로 10년 내 보험료율 5~6%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특강에서 "보험료율을 20년간 단계적으로 17%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 눈치 보는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를 둘러싼 또 다른 내홍은 전문가 협의체임에도 일부 자문위원이 시민단체 입김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선임 자문위원 몇몇은 실제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이뤄졌다. 야당 측 위원이 제시한 2019년 경사노위 개편안의 '소득대체율 45%' 수치 역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단체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다.야당 측 한 자문위원은 "애초에 시민단체 추천으로 자문위에 들어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그쪽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자문위원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전문가적 식견으로 논하라는 자리인데, 특정 집단의 주장을 전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문위는 오는 27~28일 토론을 거쳐 개혁안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소득보장론자와 재정안정론자 양측의 괴리가 커 단일안 도출은 불발 수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안 합의가 안 되면 두 개 이상의 복수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단일안이 나오지 못하면 연금 개혁도 쉽지 않아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 정권에서도 정부가 국회에 4개 안을 제출했다가, 결국 사회적 합의 기구인 경사노위에 추가 논의를 떠넘겼다. 경사노위는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를 포함한 3개 안을 제시했지만, 국회는 "정부안 하나를 가져오라”는 지적과 함께 퇴짜를 놓았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 때문에 연금 개혁 논의에서 손을 뗐다.
이번에 복수안이 나온다면 향후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해 여론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 자문위원은 "보험료가 늘거나, 수령 시기가 늦춰지는 등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 방향의 개혁안을 국민들이 당장 선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공론화위로 넘어가면 재정을 강화한 전문가들 안이 선택받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