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난방비 폭탄’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6일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현행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적용 대상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기초생활수급가구 및 노인질환자 등 117만6000가구로, 4월 30일까지 사용 가능한 바우처의 한도액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기획재정부는 지원 확대에 약 18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아울러 가스공사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2만 가구의 요금 할인폭도 기존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요금 할인은 지난해 12월~올해 3월분에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최 수석은 최근 난방비 급등에 대해 “지난 몇 년 동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을 억제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한다”며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2022년 인상 요인을 일부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스요금 인상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세계 주요국 또한 가스요금이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주택용 가스요금은 2021년 대비 3.3배 인상됐다. 같은 기간 영국은 2.6배, 독일은 3.6배 올랐다.

대통령실이 이날 브리핑까지 열어 긴급지원을 발표한 것은 난방비 부담 급증에 따른 민심 악화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 연휴 직후 참모들로부터 취약계층 중심으로 난방비 부담이 폭증한다는 보고를 받은 후 “가용한 모든 대책을 동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만 지원 대상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 수석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2분기 이후 예정된 전기료와 가스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인상 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국민 부담이나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임 정부의 에너지 가격 인상 억제 등 요인으로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 수석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 에너지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좌동욱/도병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