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마스트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마스트미디어 제공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9)가 26일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로 세 번째 협주곡 앨범을 냈다.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가 지휘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각각 ‘시벨리우스·글라주노프 협주곡’(2015)과 ‘차이콥스키 협주곡’(2017) 앨범을 냈던 에스더 유는 이번엔 바실리 페트렌코가 이끄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PO)와 함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녹음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스더 유는 브루흐와 바버의 작품을 “제게 특별한 불꽃이 일어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브루흐 1번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제가 성장하는 단계마다 함께했던 곡입니다. 바버 곡은 처음 들었을 때 왠지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졌어요. 두 작곡가가 각각 26세와 29세 때 지은 작품들이라 곡에서 표현한 감정이 비슷한 나이인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비슷한 측면도 있고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힐링을 원하는 분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새 앨범 '바버, 브루흐'를 소개하고 있다./마스트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새 앨범 '바버, 브루흐'를 소개하고 있다./마스트미디어 제공
뉴욕에서 태어난 에스더 유는 4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뉴욕 스즈키 스쿨에 다녔다. 6세에 벨기에로 이주한 후에는 교회나 학교 등에서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았다. 8세에 벨기에의 한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공식 데뷔 무대를 치렀다. 16세에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3위)하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에스더 유는 “결선에 오르면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핀란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고 참가했다”고 했다. 2년 후인 18세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역대 최연소로 입상(4위)했다. 로린 마젤은 2012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한국 및 중국 투어를 18세 에스더 유와 함께했다. 에스더 유의 첫 내한 협연 무대였다.

1946년 토머스 비첨이 설립한 RPO는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BBC심포니와 함께 런던 ‘빅 5’에 꼽히는 오케스트라다. 에스더 유는 2018년 RPO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협연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음악 치료 등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해 왔다. "RPO 단원들과 함께 섭식장애가 있는 10대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치료를 하는 프로젝트도 했어요. 학생들이 음악치료를 받으며 점차 말수도 많아지고, 밝아지는 것이 보였어요. 나중에는 짧은 곡도 함께 작곡했고 런던에서 그 곡을 무대에 올렸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지난해 RPO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페트렌코는 이번 앨범 녹음 작업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에너지가 넘치고 유머가 풍부하신 분입니다. 창문도 없는 곳에서 녹음해 힘들었지만, 마에스트로가 분위기를 많이 띄워주어서 즐겁게 녹음했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두 협주곡과 함께 브루흐의 ‘아다지오 아파시오나토’와 벨기에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앙리 비외탕(1820~1881)의 ‘양키 두들(아메리카의 추억)’이 실렸다. “작곡가가 미국에 방문했을 때 동요 '양키두들'을 접하고 영감을 얻어 만든 곡입니다. 어릴 적 미국에서 아빠랑 차를 타고 여행을 갈 때 카세트테이프로 들으며 함께 노래하곤 했던 곡인데요. 제게는 스토리가 있는 곡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새 앨범에 수록된 곡 '양키 두들'을 연주하고 있다./마스트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새 앨범에 수록된 곡 '양키 두들'을 연주하고 있다./마스트미디어 제공
에스더 유는 오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의 신년음악회에서 앨범 수록곡인 브루흐 1번을 연주한다. 오는 7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함부르크 심포니(지휘 실뱅 캉브를랭) 내한 공연에서도 협연자로 나선다. “국내에서는 주로 협연 무대에 서 왔는데요. 앞으로는 독주회나 2017년 피아니스트 장 주오, 첼리스트 나렉 하크나자리안과 결성한 ‘젠 트리오’ 공연으로도 한국 청중과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