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땡큐! 테슬라+4Q 2.8% 성장…힘 받는 "1분기 4500간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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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1.7%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테슬라가 10.97% 폭등하며 오름세를 이끌었습니다. 애플(1.48%)과 마이크로소프트(3.07%), 엔비디아(2.48%), 아마존(2.10%), 알파벳(2.42%) 등 빅테크 주도 각각 2% 안팎 상승하면서 뒤를 받쳤습니다. 거래 전 발표된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내구재 주문, 신규주택 판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 등 경제 지표도 모두 예상을 웃돌면서 연착륙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온종일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우는 0.61%, S&P500 지수는 1.10%, 나스닥은 1.76%나 올랐습니다.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① 테슬라 "주문, 생산량 2배"
테슬라의 매출은 33% 늘어나고 분기 이익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 1.19달러는 예상(1.13달러)과 전년 동기(0.85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관련 총마진은 25.9%로 전년 동기(30.6%)뿐 아니라 예상(27.8%)보다 낮았습니다. 테슬라 측은 매년 50% 성장이란 차량 인도 목표는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 180만 대를 목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 인도량 대비 37% 늘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생산인지, 인도량인지 불명확합니다. 실적 발표가 나온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1% 남짓 오르다가 일론 머스크 CEO가 컨퍼런스콜에서 “지금까지 1월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강력한 주문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 생산 속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주문을 보고 있다”라고 밝힌 뒤 폭등세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또 차질이 없다면 올해 200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중요한 점은 테슬라가 차 가격을 인하한 이후 주문이 생산량의 약 두 배에 달하는 등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을 보고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가 가장 주시하는 게 차량 인도량인데 이게 늘어날 것이고, 대량 양산을 통해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죠. 골드만은 "둔화하는 거시 경제 환경에 비추어 이 주문/생산 비율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회사가 지금 180만대 인도량 추정치를 잘 좇아가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씨티의 경우 ”최근 가격 인하가 수요 및 총 마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영진이 어느 정도 가시성을 제시해 투자자들은 약간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4분기 마진이 약세를 보였고 현금흐름은 감소했으며 강력한 주문 추세가 초기 급증한 뒤에도 이어져야 하는 만큼 이번 실적 발표가 모든 논쟁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2023년 인도량 가이던스도 약간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예상 넘는 경제 지표, 긴축 아니다?
아침 8시 반 중요한 경제 지표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4분기 GDP(속보치)는 전기대비 연율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분기 3.2%보다는 낮아졌지만, 예상 2.6% 증가를 소폭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GDP가 전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2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보다 5.6% 증가하며 예상치 2.4%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전주(~21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6000명 감소한 18만6000명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 예상치는 20만5000명이었습니다. -1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3% 증가한 연율 61만6000채로 최종 집계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예상치는 61만2000채였습니다.
이들 지표는 일제히 시장 예상을 넘었습니다. 경기 침체 논쟁이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흥분할 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4분기 GDP의 경우 소비가 연 2.1% 늘어 증가세를 이끌었지만, 이는 3분기 2.3%보다 둔화한 것입니다. 월가는 2.9% 증가를 예상했었죠. 대신 변동성이 큰 재고 투자(2.9% 중 1.46%포인트 기여), 총수출(0.56% 포인트), 그리고 정부 지출(0.64%포인트)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향후 GDP 추세를 알려면 이런 잡음을 주는 요인을 제외하고 보는 게 좋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역과 재고를 제외한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판매(final inflation-adjusted sales to domestic purchasers)의 경우 3분기 연 1.5%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0.8%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팬데믹 이전 추세보다 낮은 것입니다. 내구재 주문의 경우, 급증한 건 보잉의 항공기 수주(11월 250대)가 반영된 탓으로, 운송장비를 제외하면 전월보다 0.1% 줄었습니다. 기업 투자를 뜻하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의 경우 전월보다 0.2% 감소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와 관련, 라스무센은 "지난주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이 데이터는 계절 고용으로 인해 종종 연휴 기간에 변동성이 큰 데다 이런 요인은 작년 이맘때 극심한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악화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GDP 증가의 대부분은 재고 증가와 순 수출 덕분이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실업급여 청구는 계절적 요인으로 낮게 나오는데, 최근 기업들의 해고 발표를 보면 봄이면 곧 급증할 것이다. 역시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요인을 따져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월별 데이터를 보면 4분기가 진행되면서 경제가 모멘텀을 잃었다.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의 지연 효과가 올 상반기에 미국 경제를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는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이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③ 다가오는 Fed 미팅(부정적)
4분기 GDP 성장에 수출, 재고가 많이 이바지하긴 했지만 주된 성장동력은 소비입니다. 이 수치가 긍정적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수치 발표 직후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께 10년물 금리는 4.2bp 오른 3.490%, 2년물은 5.7bp 상승한 4.186%에 거래됐습니다. 시장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소폭 올라갔습니다. 더 내려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미연방보험신용협동조합의 커트 롱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경제 성장에 대한 큰 그림은 긍정적이다. 그 성장의 대부분은 올해 그렇게 증가할 것 같지 않은 재고 구축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런데도 잘 버티고 있는 소비, 낮은 실업급여 청구, 인플레이션 감소로 경제에 형성됐던 일부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초점은 다음주 열리는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25bp 인상은 거의 확정적입니다.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까지 25bp를 선호한다고 밝혔으니까요. 문제는 주가가 치솟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여건이 작년 초 긴축을 시작하기 전 상황까지 완화된 데다, 경제 지표도 좋게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강했고, 실업급여 청구도 대단했다. 전반적으로 Fed의 관심을 끌 경제에 호의적인 소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기업 실적은 혼조 지속
4분기 어닝시즌은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IBM은 매출, 이익이 월가 기대를 넘었지만,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가 불거져 4.48%나 급락했습니다. 다우는 실적이 모두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성장 둔화, 도전적 에너지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유럽의 에너지 전망 개선, 중국 경제 재개 등 초기 긍정적 신호를 보고 있지만, 계속해서 신중하고 선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랙스톤은 4분기 EPS가 75센트로 전년 동기 1.92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운용자산도 974억 달러로 1조 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인텔은 매출과 이익 모두 예상을 밑돌았고, 특히 올해 1분기 순손실(주당 15센트)을 경고했습니다. 비자카드의 경우 EPS가 2.18달러로 예상 2.01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시게이트는 18억 9000만 달러 매출과 주당 16센트의 이익을 보고해 월가 예상(18억 3000만 달러, 주당 10센트)을 웃돌았습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오늘 아침까지 S&P500 기업의 거의 20%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매출은 평균 4.1% 증가했지만, 이익은 -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전략가는 "시장이 엇갈린 실적 결과를 소화하고 거시경제 상황이 최악의 상황에 언제 도달할지 저울질함에 따라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혼합된 거시경제 데이터 탓에 시장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장은 계속 핑퐁을 하고 있으며 붕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는 속도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1월 들어 주가가 강하게 오르면서 도이치뱅크의 2023년 증시 전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작년 말 올해 1분기에 S&P500 지수가 4500까지 오른 뒤에 경기가 침체에 들어서는 3분기께 급락했다가 4분기 Fed가 완화 정책으로 돌아서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이번 주 "우리 예상은 올 1분기 S&P500 지수가 4500까지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잠재적인 경기 침체의 시기가 점점 더 뒤로 미뤄지고 있으므로 우리는 랠리가 더 나아갈 곳이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부정적 뷰가 여전히 많습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UBS, JP모건 등 주요 금융사가 모두 올해 주가가 오르기가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약간 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어제 극적인 시장 반전(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언급하면서 "나쁜 소식에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으로 강세 신호"라면서 "이 가격 움직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장은 우리가 대부분이 인정하는 것보다 더 탄력적이다. 이번 분기에 숏스퀴즈가 흔할 것이기 때문에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데 매우 신중하고/선택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 이익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S&P500 지수가 새로운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지난 화요일 CNBC 인터뷰에서 "향후 3~4개월 또는 4월까지 ”더 의미 있는 주가 하락이 보이지 않는다면 전망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 우리는 아마도 우리의 주장을 철회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어느 정도 금융 억압의 시대에 있고 채권은 장기적으로 훌륭한 투자 대안이 아니며 주식은 일종의 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유일하게 오를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주식의 위험 보상 프리미엄이 너무 낮으므로 지금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금 가격에 관해 묻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금은 오늘 소폭 떨어졌지만 온스당 1940달러대를 유지했습니다. 작년 9월 저점에서 약 20% 상승한 수준이고,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스마트머니들은 지난 17일 기준 금에 대한 강세 베팅을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금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3가지로 분석합니다.
먼저, 금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 가격은 무역 가중 달러 인덱스와 반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최근 달러는 Fed가 금리 인상 사이클의 거의 끝에 도달했다는 기대 속에 약세를 보이면서 거의 10%가량 내렸다. 달러 약세 속에 금은 작년 말부터 반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금 가격은 원자재 가격의 기본 추세를 추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야데니 측은 "최근 금값 반등은 다른 원자재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암시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2006년 이후로 금 가격은 미국 10년물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 수익률과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실질 금리가 오르면 약세, 실질 금리가 내리면 강세라는 것이죠. TIPS 수익률은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크게 올랐는데, 이는 금 가격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TIPS 수익률이 약세를 돌아섰기 때문에 금값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HSBC는 Fed가 올해 단순히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높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금 투자자들은 실망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듯 올해 말 금리가 인하되어야 금이 계속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온종일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우는 0.61%, S&P500 지수는 1.10%, 나스닥은 1.76%나 올랐습니다.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① 테슬라 "주문, 생산량 2배"
테슬라의 매출은 33% 늘어나고 분기 이익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 1.19달러는 예상(1.13달러)과 전년 동기(0.85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관련 총마진은 25.9%로 전년 동기(30.6%)뿐 아니라 예상(27.8%)보다 낮았습니다. 테슬라 측은 매년 50% 성장이란 차량 인도 목표는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 180만 대를 목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 인도량 대비 37% 늘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생산인지, 인도량인지 불명확합니다. 실적 발표가 나온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1% 남짓 오르다가 일론 머스크 CEO가 컨퍼런스콜에서 “지금까지 1월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강력한 주문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 생산 속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주문을 보고 있다”라고 밝힌 뒤 폭등세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또 차질이 없다면 올해 200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중요한 점은 테슬라가 차 가격을 인하한 이후 주문이 생산량의 약 두 배에 달하는 등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을 보고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가 가장 주시하는 게 차량 인도량인데 이게 늘어날 것이고, 대량 양산을 통해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죠. 골드만은 "둔화하는 거시 경제 환경에 비추어 이 주문/생산 비율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회사가 지금 180만대 인도량 추정치를 잘 좇아가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씨티의 경우 ”최근 가격 인하가 수요 및 총 마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영진이 어느 정도 가시성을 제시해 투자자들은 약간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4분기 마진이 약세를 보였고 현금흐름은 감소했으며 강력한 주문 추세가 초기 급증한 뒤에도 이어져야 하는 만큼 이번 실적 발표가 모든 논쟁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2023년 인도량 가이던스도 약간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예상 넘는 경제 지표, 긴축 아니다?
아침 8시 반 중요한 경제 지표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4분기 GDP(속보치)는 전기대비 연율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분기 3.2%보다는 낮아졌지만, 예상 2.6% 증가를 소폭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GDP가 전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2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보다 5.6% 증가하며 예상치 2.4%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전주(~21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6000명 감소한 18만6000명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 예상치는 20만5000명이었습니다. -1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3% 증가한 연율 61만6000채로 최종 집계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예상치는 61만2000채였습니다.
이들 지표는 일제히 시장 예상을 넘었습니다. 경기 침체 논쟁이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흥분할 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4분기 GDP의 경우 소비가 연 2.1% 늘어 증가세를 이끌었지만, 이는 3분기 2.3%보다 둔화한 것입니다. 월가는 2.9% 증가를 예상했었죠. 대신 변동성이 큰 재고 투자(2.9% 중 1.46%포인트 기여), 총수출(0.56% 포인트), 그리고 정부 지출(0.64%포인트)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향후 GDP 추세를 알려면 이런 잡음을 주는 요인을 제외하고 보는 게 좋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역과 재고를 제외한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판매(final inflation-adjusted sales to domestic purchasers)의 경우 3분기 연 1.5%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0.8%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팬데믹 이전 추세보다 낮은 것입니다. 내구재 주문의 경우, 급증한 건 보잉의 항공기 수주(11월 250대)가 반영된 탓으로, 운송장비를 제외하면 전월보다 0.1% 줄었습니다. 기업 투자를 뜻하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의 경우 전월보다 0.2% 감소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와 관련, 라스무센은 "지난주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이 데이터는 계절 고용으로 인해 종종 연휴 기간에 변동성이 큰 데다 이런 요인은 작년 이맘때 극심한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악화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GDP 증가의 대부분은 재고 증가와 순 수출 덕분이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실업급여 청구는 계절적 요인으로 낮게 나오는데, 최근 기업들의 해고 발표를 보면 봄이면 곧 급증할 것이다. 역시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요인을 따져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월별 데이터를 보면 4분기가 진행되면서 경제가 모멘텀을 잃었다.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의 지연 효과가 올 상반기에 미국 경제를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는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이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③ 다가오는 Fed 미팅(부정적)
4분기 GDP 성장에 수출, 재고가 많이 이바지하긴 했지만 주된 성장동력은 소비입니다. 이 수치가 긍정적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수치 발표 직후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께 10년물 금리는 4.2bp 오른 3.490%, 2년물은 5.7bp 상승한 4.186%에 거래됐습니다. 시장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소폭 올라갔습니다. 더 내려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미연방보험신용협동조합의 커트 롱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경제 성장에 대한 큰 그림은 긍정적이다. 그 성장의 대부분은 올해 그렇게 증가할 것 같지 않은 재고 구축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런데도 잘 버티고 있는 소비, 낮은 실업급여 청구, 인플레이션 감소로 경제에 형성됐던 일부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초점은 다음주 열리는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25bp 인상은 거의 확정적입니다.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까지 25bp를 선호한다고 밝혔으니까요. 문제는 주가가 치솟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여건이 작년 초 긴축을 시작하기 전 상황까지 완화된 데다, 경제 지표도 좋게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강했고, 실업급여 청구도 대단했다. 전반적으로 Fed의 관심을 끌 경제에 호의적인 소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기업 실적은 혼조 지속
4분기 어닝시즌은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IBM은 매출, 이익이 월가 기대를 넘었지만,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가 불거져 4.48%나 급락했습니다. 다우는 실적이 모두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성장 둔화, 도전적 에너지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유럽의 에너지 전망 개선, 중국 경제 재개 등 초기 긍정적 신호를 보고 있지만, 계속해서 신중하고 선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랙스톤은 4분기 EPS가 75센트로 전년 동기 1.92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운용자산도 974억 달러로 1조 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인텔은 매출과 이익 모두 예상을 밑돌았고, 특히 올해 1분기 순손실(주당 15센트)을 경고했습니다. 비자카드의 경우 EPS가 2.18달러로 예상 2.01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시게이트는 18억 9000만 달러 매출과 주당 16센트의 이익을 보고해 월가 예상(18억 3000만 달러, 주당 10센트)을 웃돌았습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오늘 아침까지 S&P500 기업의 거의 20%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매출은 평균 4.1% 증가했지만, 이익은 -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전략가는 "시장이 엇갈린 실적 결과를 소화하고 거시경제 상황이 최악의 상황에 언제 도달할지 저울질함에 따라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혼합된 거시경제 데이터 탓에 시장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장은 계속 핑퐁을 하고 있으며 붕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는 속도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1월 들어 주가가 강하게 오르면서 도이치뱅크의 2023년 증시 전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작년 말 올해 1분기에 S&P500 지수가 4500까지 오른 뒤에 경기가 침체에 들어서는 3분기께 급락했다가 4분기 Fed가 완화 정책으로 돌아서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이번 주 "우리 예상은 올 1분기 S&P500 지수가 4500까지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잠재적인 경기 침체의 시기가 점점 더 뒤로 미뤄지고 있으므로 우리는 랠리가 더 나아갈 곳이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부정적 뷰가 여전히 많습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UBS, JP모건 등 주요 금융사가 모두 올해 주가가 오르기가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약간 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어제 극적인 시장 반전(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언급하면서 "나쁜 소식에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으로 강세 신호"라면서 "이 가격 움직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장은 우리가 대부분이 인정하는 것보다 더 탄력적이다. 이번 분기에 숏스퀴즈가 흔할 것이기 때문에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데 매우 신중하고/선택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 이익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S&P500 지수가 새로운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지난 화요일 CNBC 인터뷰에서 "향후 3~4개월 또는 4월까지 ”더 의미 있는 주가 하락이 보이지 않는다면 전망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 우리는 아마도 우리의 주장을 철회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어느 정도 금융 억압의 시대에 있고 채권은 장기적으로 훌륭한 투자 대안이 아니며 주식은 일종의 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유일하게 오를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주식의 위험 보상 프리미엄이 너무 낮으므로 지금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금 가격에 관해 묻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금은 오늘 소폭 떨어졌지만 온스당 1940달러대를 유지했습니다. 작년 9월 저점에서 약 20% 상승한 수준이고,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스마트머니들은 지난 17일 기준 금에 대한 강세 베팅을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금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3가지로 분석합니다.
먼저, 금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 가격은 무역 가중 달러 인덱스와 반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최근 달러는 Fed가 금리 인상 사이클의 거의 끝에 도달했다는 기대 속에 약세를 보이면서 거의 10%가량 내렸다. 달러 약세 속에 금은 작년 말부터 반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금 가격은 원자재 가격의 기본 추세를 추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야데니 측은 "최근 금값 반등은 다른 원자재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암시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2006년 이후로 금 가격은 미국 10년물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 수익률과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실질 금리가 오르면 약세, 실질 금리가 내리면 강세라는 것이죠. TIPS 수익률은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크게 올랐는데, 이는 금 가격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TIPS 수익률이 약세를 돌아섰기 때문에 금값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HSBC는 Fed가 올해 단순히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높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금 투자자들은 실망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듯 올해 말 금리가 인하되어야 금이 계속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