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당권주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정통 보수층의 지지와 수도권 기반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윤상현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은 수도권의 몇 안되는 4선 의원으로서, 다음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파상공세에 맞서 수도권 전열 재정비의 필요성을 절실히 알고 있다"며 "나 전 의원을 '수도권 선대위'의 공동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어 "나 전 의원과 저의 수도권 승리 경험은 다음 총선을 대비해 소중한 전략적 바탕이 될 것"이라며 "다음 총선의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저와 함께 뛰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함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 민심을 잘 아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수도권 대표론'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이 25일 오전 울산 울주군 서범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이 25일 오전 울산 울주군 서범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나 전 의원은 지난 25일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내가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황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김기현 의원과 안 의원의 양자대결이 접전 구도로 흘러가면 나 전 의원의 행보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나 전 의원은 훌륭한 자산이기 때문에 당연히 함께 손잡고 가야할 영원한 동지"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나 전 의원 입장에서 양측 후보 중 누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지 표명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비윤'이 되지 않기 위해 당 대표 출마의 뜻을 접었는데, '윤심' 후보가 드러난 상황에서 안 의원을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자신을 공격한 장제원 의원과 초선 의원들이 지지하는 김 의원을 돕기에도 아직은 껄끄러운 마음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초선 의원들의 연판장에 대해 "처지를 이해한다"고 답했지만, 공천을 의식한 집단행동을 에둘러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의 상황을 의식한 듯 윤 의원은 "나 전 의원 불출마를 압박한 게 누구인가. 그러고나선 또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건, 당을 위한 리더십의 태도가 아니다"고 김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