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 중앙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에 명확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본은행이 유연한 입장을 취해야 인플레이션 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경고도 내놨다.

IMF는 26일(현지시간) 연례 실시하는 일본경제 심사를 마치고 '금융완화 정책의 수정'을 제안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장 왜곡을 해소하고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일본은행이 YCC(수익률곡선 통제)를 통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이에 관해 글로벌 금융시장과 명확하게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장기 금리 변동폭 추가 확대 △단기 금리 조정 △채권 매입량 조절 등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이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향후 급격하게 통화정책의 경로를 변경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IMF는 단기적으로 일본의 추가 물가상승에 관 위험성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3% 올라 41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은행은 작년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단기 금리를 연 -0.1%, 장기 금리를 0%로 유지)하면서도 YCC 정책을 조정했다. 장기 금리 변동폭을 기존보다 두배 늘린 ±0.50%로 결정했다. 일본이 금융완화 수준을 축소한 건 9년여 만이었다. 다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당시 "소비물가 상승이 아직 임금 인상으로 연결됐다는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완전한 출구전략을 향한 첫걸음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통화정책의 향배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아시아의 최고 선진국인 일본은 현재 상당히 복잡미묘한 시점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가 오는 4월 종료되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됐다. FT는 이날 "일본의 최고 경제사령탑의 후임자가 보이질 않는다"며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유례 없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이고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엄청난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