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적. / 사진=한경DB
가수 이적. / 사진=한경DB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1만원을 주긴 뭣하고, 몇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 봐 호기롭게 5만원권을 쥐여주고는 뒤돌아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이 3만원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
3만원권의 필요성을 피력한 가수 이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이다. 이적의 이 제안은 이번 설 연휴 기간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면서 정치권에서도 주목했지만, 사회적 공감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모양새다. 여전히 시민들은 3만원권의 필요성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만원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3만원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며 "세뱃돈은 우리 국민이 모두 주고받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전통문화"라고 적었다. 이어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한정된 사안이 아니다. 1만원은 좀 적고, 5만원은 부담되는 국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라며 "3만원권 필요성은 국민 모두에 해당하고 공감받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어린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줘야 하는 직장인들의 고민과 이적의 글이 맞물려 화제가 되자 여당 의원이 응답하고 나선 것이다. 하 의원은 "미국 달러도 10·20·50 단위가 있고 유럽의 유로도 그렇다"며 "한국은 축의금 부조 단위가 1·3·5로 커지기 때문에 2만원권보다는 3만원권이 적합할 것 같다"고 거듭 3만원권 발행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화폐 관리를 총괄하는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3년을 주기로 화폐 사용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에서 10만원권 고액권 발행에 대해선 수요가 확인됐지만, 2·3만원 등 중간 단위 화폐 수요는 거의 없었다. 해당 조사는 한은 내부 참고용이라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사회에서 화폐를 사용하는 각종 제반 시스템 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신규 화폐 발행은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설 명절 세뱃돈과 경조사 편의만을 위한 신규 화폐 발행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만원권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3만원권 도입과 관련해 46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7.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3만원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15.2%, 중립은 7.1%에 그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