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홍콩 집값도 무너졌다…15.6% '폭락'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로 알려진 홍콩의 주택 가격이 1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홍콩의 주택 가격이 지난해 15.6% 하락했다고 홍콩 정부 자료를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당시 홍콩의 집값은 거의 3분의 1 폭락했다.

이로써 홍콩의 집값 상승세는 13년 만에 꺾였다. 지난해 홍콩의 소형 및 대형 주택 가격은 각각 16%, 6.8% 하락했다.

홍콩의 지난해 집값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작년 12월까지 홍콩의 집값은 7개월 연속 하락했었다. 다만 임대료 지수는 1년간 3.7% 하락하는데 그쳤다.

홍콩은 좁은 땅에 인구 밀도가 높은데다 중국 본토 자금이 쏟아지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로 꼽혀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도시개혁연구소와 캐나다의 공공정책프론티어센터가 2020년 전 세계 92개 대도시의 주택 구입 능력을 조사한 결과 홍콩 부동산 중간값은 가계소득 중간값의 20.7배에 달해 가장 높았다. 20년 이상 꼬박 저축해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홍콩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면서 집값이 꺾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홍콩의 국가보안법이 도입된 후 '아시아 금융 허브'로의 매력도 줄어들었다.

포트우드캐피털은 국경이 다시 열려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택 가격이 상반기 말이면 바닥을 칠 것"이라며 "올해 중반부터는 'U자형' 회복이 시작되겠지만 하반기 극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