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매섭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우리 몸의 대사 활동은 감소하고 혈관도 움츠러든다. 그래서 겨울엔 다른 계절에 비해 혈압이 더 잘 올라간다. 날씨뿐 아니라 급격한 고령화와 서구화한 식습관으로 국내 고혈압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보유한 ‘국민병’이기도 하다.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고혈압은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겨울철 고혈압 관리법을 알아봤다.

특별한 증상 없이 상태 악화

추운 겨울에 더 잘 올라가는 혈압…새벽 운동 자제하고 싱겁게 먹어야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심장이 펌프질을 통해 각 장기로 혈액을 보낼 때 드는 압력이 혈압이다. 높은 숫자는 수축기 혈압으로, 심장이 혈액을 밖으로 밀어내는 압력이다. 반대로 낮은 숫자는 이완기 혈압이다. 심장이 이완할 때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며 혈관이 받는 압력이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을 뜻한다.

고혈압은 이렇다 할 특별한 증상이 없다. 소리 없이 병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태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흔히 뒷목이 뻣뻣하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혈압이 올라간 것 같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이 같은 증상은 혈압 수치와는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다양한 장기에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60%, 뇌졸중의 90%가 고혈압으로 생긴다. 고혈압으로 신장 기능이 악화돼 만성 신부전증을 초래하고, 망막 출혈을 일으켜 시력 장애를 야기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4434만 명 중 30.8%가 고혈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대비 두 배 급증한 것이다.

꾸준한 혈압 측정 및 관리 중요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해야만 고혈압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다. 평소 꾸준히 혈압을 점검하는 게 좋다. 혈압을 측정할 때는 5분 이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 다음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팔을 심장 높이에서 여러 차례 재는 게 좋다. 아침과 저녁 등 최소 2회 이상 측정치의 평균값으로 표시한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10명 중 6.5명은 집에서 혈압을 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교수는 “가정 내 혈압 측정은 동일 시간대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혈압 조절률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낮춰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및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치료제 종류가 워낙 다양한 데다 환자의 연령이나 질병 등에 따라 약물 및 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고도 고혈압 환자에겐 초음파나 전자기를 이용해 콩팥 혈관을 열로 지져 교감신경 작용을 완화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한다.

비약물요법도 중요하다. 위험 인자인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등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체중을 5㎏ 감량하거나 염분 섭취를 절반으로 낮추면 혈압약 한 알 분량의 혈압 조절 능력을 낼 수 있다”며 “금연과 절주, 운동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원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이 1㎜Hg 상승한다”며 “겨울철엔 실내외 온도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조절하고 새벽 운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