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네이버 vs 카카오…같은 직원, 다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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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풀 공유 네이버·카카오
리더십 따라 조직문화 판이
자율성만 강조했던 카카오
M&A 후 통합 등 어려움 겪어
위기 극복할 구심점 찾아야
이상은 산업부 차장
리더십 따라 조직문화 판이
자율성만 강조했던 카카오
M&A 후 통합 등 어려움 겪어
위기 극복할 구심점 찾아야
이상은 산업부 차장
경기 성남시 판교역에는 ‘이직의 다리’가 있다. 판교역 4번 출구 방향 카카오 건물과 1번 출구 테크원타워(옛 알파돔) 건물을 잇는 거대한 공중 구름다리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테크원타워에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클라우드, 스노우 등이 다수 입주해 있어서다. 카카오 개발자와 네이버 개발자들이 이 다리를 통해 이직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협력적 관계도 없지만 거의 비슷한 인적 풀을 공유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수시로 두 회사를 오가고, 비개발자 직군에서도 서로 간에 이직하는 일이 잦다. 부인은 네이버에, 남편은 카카오에 다니는 식으로 부부끼리 엇갈리는 사례도 많다. 워낙 자주 직장을 옮겨 다니다 보니 회사 인근 음식점에 모인 사람들끼리 헷갈려 하다가 “지금 네이버 다니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이번엔 카카오 손 한 번 들어보세요”라며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경영 방식이나 기업 문화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카카오는 각 조직에 자율성을 주고 ‘알아서 잘하기를’ 기대하는 편이다. 네이버는 일반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 관리를 강조한다.
두 회사 사람들을 만나보면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네이버 한 계열사의 홍보담당자를 만났을 때 “올해 우리 회사가 대형 인수합병(M&A)을 하면 네이버 전체의 영업이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기에 흥미롭게 생각한 적이 있다. 카카오 계열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 ‘전체 그림’ 때문에 무엇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 한 직원은 “위에서 누가 못 하게 막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잘 안 한다”고 했다.
한때는 같은 배를 탔고(2000년대 초 NHN 시절), 직원들의 동질성도 무척 강한 편인데 이렇게 기업 문화가 다른 것은 결국 경영자의 리더십이 조직 전체의 색깔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100명의 최고경영자(CEO)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권력’이나 ‘조직 장악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자라면 꿈에서라도 생각하지 않을 표현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각 계열사는 스스로 투자 유치를 하고, M&A나 기업공개(IPO)도 직접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데이터센터 화재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회는 김 센터장을 불러 호통을 치는데, 그의 얼굴에는 ‘왜 나에게 이것을 묻는지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움이 읽힐 때가 적지 않다.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가 결정권을 아래로 넘기는 데 오랜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열사 전체를 묶는 조직의 이름이 다소 막연하게 들리는 ‘카카오 공동체’인 것은 상징적이다. 그의 오른팔로 꼽히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고문)는 이를 두고 하나의 뿌리에서 가지를 뻗는 ‘포털 시대 성장 방식’이 아니라 “개별 사업 주체들이 자회사로 확장해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앱 시대에 아주 적절한 경영 방식”이라고 옹호한다.
반면 네이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강하고, 재무통을 중용하는 편이다. 지난해 최수연 대표 선임 당시 김남선 CFO가 함께 보도자료 상단에 나란히 배치될 정도였다. 위에서 아래 조망을 잘하고 그만큼 관리도 열심히 하는 편이다. 경영 일선에 관여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해진 창업자의 사내 영향력도 거의 절대적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카카오식 자율경영이 빛을 발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이 연달아 ‘따상’ 히트를 치며 상장에 성공했을 때 경쟁사 네이버 경영진은 내심 많이 흔들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고도성장 과정에서 많은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카카오식 기업문화도 본격적 견제를 받고 있다. 높은 가격으로 잇달아 상장한 계열사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직원 불만이 커지는 것, 쉽게 결정한 M&A 후 통합 작업(PMI)이 제대로 되지 않아 조직 내 융합이 잘되지 않는 상황 등도 고민거리다. 최근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이슈, 데이터센터 이슈 등도 사실은 카카오에 ‘중앙조직’이 있어서 집중적으로 투자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기업 경영의 방식, 리더십 스타일에 ‘정답’은 없다. 사람의 성격처럼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 카카오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보다 뚜렷한 구심점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협력적 관계도 없지만 거의 비슷한 인적 풀을 공유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수시로 두 회사를 오가고, 비개발자 직군에서도 서로 간에 이직하는 일이 잦다. 부인은 네이버에, 남편은 카카오에 다니는 식으로 부부끼리 엇갈리는 사례도 많다. 워낙 자주 직장을 옮겨 다니다 보니 회사 인근 음식점에 모인 사람들끼리 헷갈려 하다가 “지금 네이버 다니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이번엔 카카오 손 한 번 들어보세요”라며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경영 방식이나 기업 문화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카카오는 각 조직에 자율성을 주고 ‘알아서 잘하기를’ 기대하는 편이다. 네이버는 일반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 관리를 강조한다.
두 회사 사람들을 만나보면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네이버 한 계열사의 홍보담당자를 만났을 때 “올해 우리 회사가 대형 인수합병(M&A)을 하면 네이버 전체의 영업이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기에 흥미롭게 생각한 적이 있다. 카카오 계열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 ‘전체 그림’ 때문에 무엇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 한 직원은 “위에서 누가 못 하게 막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잘 안 한다”고 했다.
한때는 같은 배를 탔고(2000년대 초 NHN 시절), 직원들의 동질성도 무척 강한 편인데 이렇게 기업 문화가 다른 것은 결국 경영자의 리더십이 조직 전체의 색깔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100명의 최고경영자(CEO)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권력’이나 ‘조직 장악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자라면 꿈에서라도 생각하지 않을 표현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각 계열사는 스스로 투자 유치를 하고, M&A나 기업공개(IPO)도 직접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데이터센터 화재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회는 김 센터장을 불러 호통을 치는데, 그의 얼굴에는 ‘왜 나에게 이것을 묻는지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움이 읽힐 때가 적지 않다.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가 결정권을 아래로 넘기는 데 오랜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열사 전체를 묶는 조직의 이름이 다소 막연하게 들리는 ‘카카오 공동체’인 것은 상징적이다. 그의 오른팔로 꼽히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고문)는 이를 두고 하나의 뿌리에서 가지를 뻗는 ‘포털 시대 성장 방식’이 아니라 “개별 사업 주체들이 자회사로 확장해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앱 시대에 아주 적절한 경영 방식”이라고 옹호한다.
반면 네이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강하고, 재무통을 중용하는 편이다. 지난해 최수연 대표 선임 당시 김남선 CFO가 함께 보도자료 상단에 나란히 배치될 정도였다. 위에서 아래 조망을 잘하고 그만큼 관리도 열심히 하는 편이다. 경영 일선에 관여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해진 창업자의 사내 영향력도 거의 절대적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카카오식 자율경영이 빛을 발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이 연달아 ‘따상’ 히트를 치며 상장에 성공했을 때 경쟁사 네이버 경영진은 내심 많이 흔들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고도성장 과정에서 많은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카카오식 기업문화도 본격적 견제를 받고 있다. 높은 가격으로 잇달아 상장한 계열사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직원 불만이 커지는 것, 쉽게 결정한 M&A 후 통합 작업(PMI)이 제대로 되지 않아 조직 내 융합이 잘되지 않는 상황 등도 고민거리다. 최근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이슈, 데이터센터 이슈 등도 사실은 카카오에 ‘중앙조직’이 있어서 집중적으로 투자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기업 경영의 방식, 리더십 스타일에 ‘정답’은 없다. 사람의 성격처럼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 카카오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보다 뚜렷한 구심점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