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시행된 첫 번째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지지율이 두 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현 의원은 ‘불안한 1위’를 지켰다.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지가 상당수 안 의원에게 옮겨간 것이란 분석이다. 초반부터 두 의원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면서 여당 의원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주김야안(낮에는 김기현 지지, 밤에는 안철수 지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기현, 2주 연속 1위 지켰지만

나경원 빠지자 안철수 지지율 두배 뛰었다…김기현 '불안한 1위'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5~26일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40.0%가 당 대표로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33.9%로 2위를 차지했고, 유승민 전 의원(8.8%), 황교안 전 대표(4.7%), 윤상현 의원(3.2%), 조경태 의원(1.8%) 등이 뒤를 이었다. 결선 투표를 가정한 양자 대결에서도 김 의원은 48.0%로 안 의원(40.8%)을 앞섰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은 ±4.8%포인트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다.

상승세는 안 의원이 가파르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하면 김 의원은 0.1%포인트 떨어졌고, 안 의원은 16.7%포인트 급등했다. 지난 조사에서 25.3%의 지지율을 보였던 나 전 의원이 제외되면서 지지자 상당수가 안 의원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과 각을 세운 시점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상당수가 나 전 의원에서 김 의원으로 이동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지금까지 남아 있던 나 전 의원 지지자가 안 의원으로 갈아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23일 엠브레인퍼블릭-YTN 조사 결과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표본이 크지 않다 보니 시점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요동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YTN 조사 대상은 784명, 이번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조사 대상은 422명이었다.

安 상승세 주목하는 의원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의원의 상승세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공개적으로는 김 의원을 지지하면서 막후에서는 안 의원과의 연대도 모색하는 ‘주김야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 지역구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양쪽 모두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이 설 연휴 전후로 안 의원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지성호 의원이 안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선언한 데 이어 한 원외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안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실제로 양자 대결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에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로 협력하자는 취지의 연락이 갑자기 늘었다”며 “원내에서는 중진의원들 중심으로 연락이 오는 편이고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강원, 충청, 부산 등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을 공개 지지하는 현역 의원은 많지 않다. 김 의원 캠프 출정식에는 현역 의원 참석자가 40여 명에 달했지만, 안 의원 출정식에는 4명에 그쳤다. 한 초선의원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김 의원에게 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른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당 대표 경선의 불확실성과 공천을 생각하면 안 의원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맹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