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미룬 연금개혁 후폭풍…보험료율 2배 올려야 고갈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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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추계위, 5년 만에 재정계산 발표
출산율 1.2명으로 가정했지만
현재 0.73명 불과…"너무 낙관적"
출산율 1.2명으로 가정했지만
현재 0.73명 불과…"너무 낙관적"
2018년 이후 5년 만에 나온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는 역대 정부가 표를 의식해 연금개혁을 차일피일 미룬 대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출산·고령화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연금개혁은 2007년을 끝으로 전무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1명 아래로 떨어진 2018년 4차 재정추계를 통해 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진다는 결과를 받아쥐고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개혁을 미뤘다. 그 결과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보험료)은 더 높아졌다.
예컨대 추계기간인 70년 후(2093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적립배율(기금 적립액÷당해연도 총지출)을 1배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은 17.86%로 4차 계산 때의 16.02%보다 1.8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연금개혁에 성공해 재정추계 2년 뒤(4차 땐 2020년, 5차 땐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치다. 보험료율 인상이 미뤄지면 적립배율을 1배로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율도 올라간다. 만약 재정추계 10년 뒤(4차 땐 2030년, 5차 땐 2035년)부터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내야 하는 보험료율은 4차 때 17.95%에서 5차 때 20.73%로 뛴다.
그나마 적립배율 1배는 가장 손쉬운 목표다. 목표 수준을 높이면 보험료 부담은 더 커진다. 가령 추계기간 내내 국민연금 기금 수지(수입-지출)가 적자로 돌아서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재정추계 2년 뒤부터 보험료 인상 시)은 4차 계산 때 18.20%였지만 5차 계산에선 19.57%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려면 가입자들이 소득의 5분의 1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 대안으로 거론되는 부과방식(연금을 내주기 위해 필요한 만큼 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5차 계산 기준으로 기금 고갈 시점(2055년)엔 보험료율이 26.1%가 돼야 부과방식이 가능하다. 이 비율은 2078년 35.0%까지 높아진 뒤 하락해 2093년엔 29.7%가 된다. 부과방식이 도입되면 최악의 경우 가입자가 연봉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연금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가입자 대비 연금을 받는 노인 수급자 비중은 연금재정에 불리하게 흘러간다. 올해만 해도 가입자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70년대엔 가입자 4명이 노인 6명을 부양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 지출 비율도 2023년 1.7%에서 2050년 6.3%로 높아진 뒤 2080년 9.4%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약 10분의 1이 고령층 연금 지급에 쓰이는 것이다.
전병목 추계위 위원장(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추계 결과는 과거 5년 전에 비해서 연금개혁을 연기한 비용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며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 세대의 부담은 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다 상황이 나쁠 수도 있다. 통계청은 최악의 시나리오(저위 가정)에선 출산율이 반등해도 1.02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추계를 할 때 정부의 정책 의지 등을 담아 출산율이 회복될 것이란 중위 가정을 택했는데 이는 다소 낙관적인 가정”이라며 “저위 가정이 더 현실에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과 함께 출산율을 반등시킬 정밀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연금 생존’에 필요한 보험료↑
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연금개혁이 늦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재정목표)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료율은 4차 재정계산 때보다 1.66~1.84%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정부에서 연금개혁을 미룬 ‘비용’인 셈이다.예컨대 추계기간인 70년 후(2093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적립배율(기금 적립액÷당해연도 총지출)을 1배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은 17.86%로 4차 계산 때의 16.02%보다 1.8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연금개혁에 성공해 재정추계 2년 뒤(4차 땐 2020년, 5차 땐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치다. 보험료율 인상이 미뤄지면 적립배율을 1배로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율도 올라간다. 만약 재정추계 10년 뒤(4차 땐 2030년, 5차 땐 2035년)부터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내야 하는 보험료율은 4차 때 17.95%에서 5차 때 20.73%로 뛴다.
그나마 적립배율 1배는 가장 손쉬운 목표다. 목표 수준을 높이면 보험료 부담은 더 커진다. 가령 추계기간 내내 국민연금 기금 수지(수입-지출)가 적자로 돌아서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재정추계 2년 뒤부터 보험료 인상 시)은 4차 계산 때 18.20%였지만 5차 계산에선 19.57%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려면 가입자들이 소득의 5분의 1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 대안으로 거론되는 부과방식(연금을 내주기 위해 필요한 만큼 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5차 계산 기준으로 기금 고갈 시점(2055년)엔 보험료율이 26.1%가 돼야 부과방식이 가능하다. 이 비율은 2078년 35.0%까지 높아진 뒤 하락해 2093년엔 29.7%가 된다. 부과방식이 도입되면 최악의 경우 가입자가 연봉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연금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가입자 대비 연금을 받는 노인 수급자 비중은 연금재정에 불리하게 흘러간다. 올해만 해도 가입자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70년대엔 가입자 4명이 노인 6명을 부양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 지출 비율도 2023년 1.7%에서 2050년 6.3%로 높아진 뒤 2080년 9.4%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약 10분의 1이 고령층 연금 지급에 쓰이는 것이다.
전병목 추계위 위원장(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추계 결과는 과거 5년 전에 비해서 연금개혁을 연기한 비용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며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 세대의 부담은 커진다”고 말했다.
출산율 1.2명으로 반등?
그나마 5차 재정추계는 출산율이 올해 0.73명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해 2046년 이후 1.21명으로 안정화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의 중위 가정을 차용했다. 코로나19로 연기된 혼인이 회복되고, 70만 명을 넘는 1991년생이 30대에 들어서면서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하지만 이보다 상황이 나쁠 수도 있다. 통계청은 최악의 시나리오(저위 가정)에선 출산율이 반등해도 1.02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추계를 할 때 정부의 정책 의지 등을 담아 출산율이 회복될 것이란 중위 가정을 택했는데 이는 다소 낙관적인 가정”이라며 “저위 가정이 더 현실에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과 함께 출산율을 반등시킬 정밀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