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900억 들인 시설 고장·민원 잇따라…소규모 시설만 허용
'쓰레기차 없는 도시 송도'는 옛말…자동집하시설 설치 중단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더는 대규모 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이 설치되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공유수면을 매립해 개발하는 송도 11공구 등 신규 개발지에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총 1천979억원을 들여 송도 1∼8공구에 설치한 자동집하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잦은 고장, 과도한 운영비, 악취 민원 등 문제가 발생하자 외부기관 용역을 거쳐 신규시설 설치 중단 방침을 정했다.

인천경제청은 다만 각 주택단지에서 민간사업자 주도로 소규모 단지형 자동집하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은 허용하기로 했다.

2004년부터 송도를 비롯한 신도시들은 앞다퉈 자동집하시설을 도입했으나 각종 문제가 나타나면서 2015∼2020년에는 국내에서 신규 시설 설치 사례가 전무했다.

2021년과 지난해 설치 사례는 각 1건이다.

자동집하시설은 주민들이 버린 폐기물을 땅속에 묻힌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모으는 장치로, 폐기물 운반 차량을 이용하는 문전수거에 비해 운영 비용도 2∼3배 더 많이 들어간다.

자동집하시설은 사용 가능 연한(내구연한)인 20∼30년이 지난 뒤에는 막대한 재설치 비용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인천경제청은 자동집하시설 운영비 분담과 소유권 문제를 놓고 송도를 관할하는 연수구와 수년간 다투다가 2021년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를 받기도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영역에서 대규모 자동집하시설을 더는 설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송도 11공구 이외에 신규 개발지를 대상으로도 같은 방침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도에 자동집하시설 설치가 중단되면서 개발 계획 단계 때부터 강조된 '쓰레기차 없는 도시'라는 홍보 문구는 옛말이 될 전망이다.

인천경제청은 자동집하시설 운영에 따라 송도에서 폐기물 운반 차량을 운행하지 않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했으며 쓰레기 적치 없는 도시를 구현했다고 홍보해왔다.

폐기물 분야 전문가인 윤하연 인천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자동집하시설은 설치비용과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내구연한이 지난 뒤 보수 등 부담이 크다"며 "계속해 무리하게 시설 설치를 밀어붙이지 않고 지금이라도 설치 중단 결정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