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 대표가 화성 공장에 설치된 그래핀 폴리머 제조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최진영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 대표가 화성 공장에 설치된 그래핀 폴리머 제조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된 두께 0.2~0.3㎚(1㎚=10억분의 1m)의 나노 물질이다. 강철보다 100배 높은 강도와 구리보다 100배 빠른 전자 이동성 등 다양한 장점 덕분에 ‘꿈의 신소재’로 불리지만 양산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경기 화성의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는 독자적인 폴리머(고분자) 제조 기술을 통해 그래핀 소재의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는 평가다.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는 ‘그래핀 폴리머’라는 고분자 합성소재의 제조 기술에 대한 미국·국내 특허를 기반으로 2019년 창업한 소재·부품·장비 벤처기업이다. 그래핀 폴리머란 극미량(0.001~0.1%)의 그래핀을 플라스틱 수지 등 각종 폴리머와 물리적으로 혼입한 합성소재다. 이종 간 물질을 폴리머에 혼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가스, 수분, 저분자 물질 등 불필요한 물질을 완벽히 제거하고 그래핀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제조 설비가 이 회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 소재 폴리머에서 바이오 폴리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는 화성 공장의 파일럿 설비를 통해 그래핀 폴리머 소재의 마스크, 안경테, 섬유 원사 등을 개발했다. 2021년 하반기 선보인 ‘세라비다 리커버 원사’는 세계적인 화학·섬유 회사인 영국의 코톨즈(1794년 설립)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판매한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체온상승, 혈류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고기능성 의류 소재로 미국 FDA에서 허가받을 정도로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미국, 유럽 등 13개국에 수출된 초도물량은 완판됐다. 이 원사는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 고기능성 의류 소재인 ‘고어텍스’와 같은 고급 의류 소재로 알려지면서 적용 의류 브랜드가 증가하고 있다.
세라비다 원사를 도입한 유럽 유명 언더웨어 브랜드 HOM, SKINY의 해외 전시회 부스 사진.
세라비다 원사를 도입한 유럽 유명 언더웨어 브랜드 HOM, SKINY의 해외 전시회 부스 사진.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19억원으로 섬유 원사 비중이 55%를 차지했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다섯 배 가까이 뛸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1위 자전거용 기어류 소재회사와 연간 최소 1000톤(약 60억원) 규모의 고내열성 플라스틱 납품 계약을 맺는 등 대량 수주가 속속 성사되고 있어서다. 고내열성 플라스틱의 경우 ‘카피 제품’의 출현을 막기 위해 국내 대기업이 독자 생산하는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했다.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는 지난해 상반기 화성 공장에 40억원을 투자해 대량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그래핀 등 다양한 폴리머 중간재를 연간 약 6만톤, 350억원 규모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핵심 인력 2~3명 만으로 24시간 설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동화라인이다.

최진영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 대표는 “올해 캐시카우 확보와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패키지의 전자파 차폐 소재,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협업을 추진 중”이라며 “기존 소비재에서 산업재 분야로 그래핀 폴리머의 공급처를 넓히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는 최근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협력하는 네덜란드 화학회사 로덴버그는 돼지감자 전분을 활용해 개발한 생분해 소재를 국내 편의점 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돼지감자 전분 생분해 소재는 옥수수 전분 기반의 생분해 소재보다 분해 속도가 빠르고, 생산 비용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최 대표는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복합재에 18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복합소재는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며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 쏟겠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