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열린 ‘KB금융노조,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KB금융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열린 ‘KB금융노조,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KB금융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섰다. 카자흐스탄 BCC은행과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등 해외 투자가 실패가 잇따르는 만큼 전문가 출신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또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정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대표이사 선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주주제안도 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관 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방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왔다. 노조 측은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잇따른 KB금융의 해외 진출 실패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8년 투자한 카자흐스탄 BCC은행은 KB금융이 1조원 규모로 투자했지만 투자금액 전액이 손실 처리됐다.

국민은행은 신남방 국가 진출을 목표로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도 마찬가지다.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사들여 2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한 국민은행은 2020년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최대주주(지분 67%)에 올랐다.

이후 수차례 증자 등을 통해 부코핀은행에 2조원 가까운 자본을 투자했지만 부코핀은행의 누적 적자는 7000억원에 달한다. 노조는 KB금융 이사회가 지금까지 5차례 진행한 투자 안건 심의에서 전원 찬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추천하기로 했다. 임 후보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33년 근무하면서 해외 사업과 리스크 관리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6년 이상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경력도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측은 “해외사업 부문을 정상화하려면 먼저 부코핀은행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관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직자 윤리법을 적용해 ‘KB금융 대표이사 선출 시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노조는 “주주제안에 나서는 이유는 2만여 임직원의 대표로서 KB금융이 해외사업 취약점을 보완하고 정권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주주와 금융소비자를 위해 복무하는 올바른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며 “정당한 주주제안이 ‘노동자 이익을 대변할지 모른다’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시도나 폄하, 이사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산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KB금융측은 부코핀을 실패한 투자로 규정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서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