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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대주주 자사주 매입 등 경영정상화 사활
M&A 매물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원하는 매각가 위해선 주가 1만원 회복해야
차입금과 대주주 주식담보대출 등은 부담
[마켓PRO] M&A 재료 진짜 끝났나…명문제약, 다시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은?
코스피 상장사이자 멀미약 '키미테'로 유명한 명문제약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으로 불립니다. 잦은 M&A딜과 명문제약 대주주 측의 매각 철회로 시장에서 붙여준 별명이죠. 작년 명문제약 대주주는 3년간 질질 끌던 매각을 결국 철회, 경영정상화 계획을 내놨습니다. M&A딜 당시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유명 기업들과 매각을 논의했으나 가격을 두고 사는 쪽과 파는 쪽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M&A딜을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입니다. 한때 주당 1만원을 넘겼던 주가는 현재 2000원대에 거래 중입니다. 최근 명문제약 재무 현황과 M&A 매물로 다시 나올 가능성은 없는지 한경 마켓PRO가 살펴봤습니다.

M&A시장 '양치기 소년'으로 불리는 명문제약

명문제약의 첫 매각설은 2020년 11월에 불거졌습니다. 당시 명문제약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죠. 4000~5000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그해 12월 장중 1만175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잘 마무리될 것처럼 보이던 명문제약의 첫 M&A딜은 다음 해인 2021년 3월까지 끌다가 "매각 의사가 없다"로 일단락됩니다.
[마켓PRO] M&A 재료 진짜 끝났나…명문제약, 다시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은?
이후 같은 해 11월에 다시 M&A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명문제약은 "최대주주 지분 매각 관련 엠투엔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으나 일주일 만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해지됐다고 밝힙니다. 그 뒤로도 다른 기업과 매각설이 불거졌으나 딜 클로징(매각 종결)까진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당시 최대주주인 우석민 명문제약 회장은 보유 중인 19% 안팎의 주식과 명문제약 경영권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인수자 측과의 가격 협상에서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3년 가까이 긴 방황을 하던 명문제약은 작년 6월 M&A를 접고,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합니다. 매각설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지자 회사 측은 "최대주주에게 문의한 결과 지분 매각에 대해 논의된 적은 있으나 최종적으로 매각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공시했죠. 이와 함께 전문 의약품 버전의 키미테를 출시하고 원가 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 조정도 나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매각 대신 경영정상화 택한 명문제약…그 목적은?

우선 명문제약은 작년 경영정상화 발표와 함께 실적이 나날이 개선됐습니다. 시장에서도 3년 만에 적자 늪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명문제약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 기준)은 11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97.8%, 182.3% 늘어난 42억원과 3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앞서 명문제약은 2019년 142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289억원, 5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죠.

또 작년부터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고 이익잉여금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82억원의 결손금을 시작으로 2020년 337억원, 2021년 399억원까지 불어났던 결손금은 작년 3분기 기준 57억원의 잉여금으로 전환됐습니다. 2020년부터 시행했던 경영효율성 작업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죠. 명문제약은 2020년 영업대행(CSO) 체계로 전환, 영업을 외주화했습니다. 인건비, 인센티브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 개선에 성공한 것이죠. 2019년 연결 기준 827억원이던 판관비는 다음 해 779억원으로 줄더니 2021년 682억원으로 축소됩니다. 작년 3분기 누적 판관비는 54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주주인 우석민 회장도 명문제약 매각을 철회함에 따라 지분율을 살짝 높였습니다. 작년 6월 17일과 22일 두차례 걸쳐 장내에서 지분을 매수(20.03%→20.21%) 했습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우 회장 아내와 자녀에게 일부 주식(총 1.5%)을 증여하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우 회장 뿐 아니라 명문제약 임원 10여명도 주식을 매입했죠. 매입 규모는 각각 1만주 안팎 정도인데, 우 회장을 필두로 주요 경영진들이 일괄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됩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명문제약이 M&A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번 명문제약의 경영정상화 계획은 원하는 매각가를 받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죠. 우 회장이 과거 M&A딜에서 자신의 지분(약 20%) 매각가로 9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자회사 명문투자개발은 제외한 매각가(명문바이오 포함)입니다. 쉽게 말해 명문제약과 자회사 명문바이오의 매각가로 900억원을 요구, 당시 우 회장의 지분율(약 19%)을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만4000원(당시 주가 4000~5000원)에 해당합니다. 일부 인수자 측에선 600억원(주당 9000원) 정도를 매각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마켓PRO] M&A 재료 진짜 끝났나…명문제약, 다시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은?
통상 M&A 거래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20~30%인 점을 감안할 때 우 회장이 원하는 매각가를 맞추기 위해선 명문제약 주가가 최소 1만원까진 올라야 합니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경영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죠.

하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과 함께 제약사나 바이오기업의 밸류에이션도 낮아진 만큼 당장 M&A 매물로 나오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시장에선 결국 우 회장이 한동안 명문제약 경영에 집중하면서 M&A시장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린다는 분석이죠.

과거 명문제약 M&A딜에 참여했던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M&A딜 과정에서 매각가를 두고 의견차가 있었던 만큼, 지금 침체된 바이오 M&A시장에선 명문제약 실적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면서 "실제로 M&A 물밀 작업이 한창이던 시절 명문제약 주가는 4000~6000원 사이에 거래됐는데, 현 주가인 2000원대와 비교했을때 차이가 크다. 우선 과거 주가를 회복할만한 실적 개선 등 호재성 이슈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입금·주담대 등 위험 요소…그래도 명문제약 관심 갖는 이유

명문제약의 실적이 일부 개선됐으나 재무 부담은 여전합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55억원인 것에 비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727억원에 달합니다. 더군다나 우석민 회장의 주식담보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힙니다. 자칫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담보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석민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3명이 보유 중인 명문제약 지분은 714만6011주(21.05%)입니다. 이 가운데 596만6597주가 담보로 금융권에 맡겨져 있습니다. 거래금융기관은 기업은행 강남구청역지점,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입니다. 보유 주식 가운데 83.4%가 주식담보 대출로 제공된 것이죠.

바이오업계가 별명을 붙이면서까지 명문제약을 주시하는 이유는 매력적인 M&A 매물이기 때문입니다. 명문제약은 주사제부터 패치제, 캡슐제 등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의약품 생산 공장 두 곳)을 가지고 있죠. 더군다나 2018년 5월 분할 설립된 신약 연구·개발(R&D) 자회사를 비롯해 골프장을 운영하는 명문투자개발에서만 작년 3분기 말 기준 총 3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이 나오고 있죠. 보유 중인 현금은 많으나 실적이나 사업 확장이 절실한 바이오기업에겐 명문제약은 고민이 들만한 M&A 매물입니다.

📂명문제약 프로필(1월30일 종가 기준)
[마켓PRO] M&A 재료 진짜 끝났나…명문제약, 다시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은?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