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수급구조 다변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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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미래 에너지 개발 가속화
에너지 전환 물결에 동참해야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
에너지 전환 물결에 동참해야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
![[시론] 에너지 수급구조 다변화 시급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07.16486734.1.jpg)
유럽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러시아 의존을 탈피할 근본적인 에너지전환 전략(‘RePowerEU’) 추진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을 통해 청정에너지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도모하며 원자력, 신재생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에너지시스템을 더욱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꿀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나쁘면 에너지 소비 증가세가 더욱 약해지고 침체가 깊어지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시장 여건 변화는 역설적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 수급 체제를 재건하려는 정책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다. 이미 독일은 국제시장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사업에 4억유로를 쓸 예정이며,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청정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미국도 IRA법에 근거해 전기차, 청정수소 생산 등에 정부의 직접 보조와 함께 친환경에너지 프로젝트를 본격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 정부 정책으로부터 방향 전환을 추진하고 최우선으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세계 에너지 시장 불안에 대응해 수급 안정과 석유류와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과 생태계 복원에 시간이 걸리고, 한국전력의 사상 유례없는 적자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편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력망,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정부의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재정 여력과 공기업 적자로 인해 투자 결정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국제 에너지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세계적인 에너지 시스템 재건에 신속히 동참해야 한다. 국제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활용해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자. 과거 1980~1990년대 국제 원유 가격 약세 시기에 천연가스, 원자력발전 같은 에너지원 다변화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기한 적이 있다. 토끼해를 맞아 ‘총명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 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고사가 종종 이야기된다. 우리처럼 에너지 안보에 취약한 나라일수록 토끼의 지혜를 구해 에너지 수급 구조를 새롭게 다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