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장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잔디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름이 길어지고 집중호우가 늘어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잔디 병충해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빨리 오고 길어진 여름 시즌…잔디도 '정기 건강검진' 필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골프사업팀 잔디환경연구소는 30일 경기 용인에서 ‘골프삼성 잔디 세미나’를 열고, 기후변화에 맞춰 잔디를 관리하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 주요 골프장 관계자와 한국프로축구 K리그 구장 관리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골프장 품격을 완성하는 시작과 끝은 잔디다. 골프장에 들어설 때 시야를 가득 채운 잔디의 품질이 첫인상을 좌우하고, 마지막 홀 그린에서의 플레이로 그날 라운드의 마지막 인상이 결정된다.

잔디가 잘 자라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중 포근한 기온과 안정적인 강수량이 필수다. 하지만 국내 기후는 잔디가 건강하게 자라기에 점점 더 불리하게 변하고 있다. 반기성 K웨더 예보센터 센터장은 “100년 전과 비교해 한반도는 봄과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가 10여 일 당겨졌고, 가을과 겨울은 늦어져 전체적인 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1919~1940년과 1991~2020년을 비교하면 여름은 평균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봄철 이상고온이 늘어나고 폭염과 열대야가 잦아진 결과다.

강수량 변화는 잔디 생육에 더 치명적이다. 같은 기간 연간 강수량은 135㎜ 증가한 데 비해 강수일수는 연간 21일 이상 줄어들었다. 비가 오는 빈도는 줄었지만 집중호우가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봄에는 강수량이 줄어 건조해지고, 가을에는 태풍과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잔디 생육에는 악재다.

기후 환경이 바뀌면서 잔디 병충해 양상도 달라졌다. 김경덕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 소장은 “봄·가을 기간에 주로 발생하던 라지패치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발생하는가 하면, 국내에는 없던 저온성 피티움병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며 “다양한 병해가 동시에 발생하며 잔디 상태를 악화시키는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잔디환경연구소는 정기적인 토양 분석을 통한 정확한 잔디 생육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기적으로 ‘잔디 건강검진’을 실시해 땅의 배수 능력과 경도를 측정하고 산도(pH), 인산, 칼륨 등 잔디 생육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조건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토양 분석, 드론 특수 촬영 등의 기술을 이용해 최적의 연간 비료 제공 프로그램 수립, 예고(잔디 길이) 관리, 갱신, 배수 관로 개선 등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