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이던 게 7억으로 반토막"…강남 집주인들 '초비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3억원이던 강남 전셋값, 최근 6억원대 '털썩'
입주 아파트 역전세난에 인근 아파트 전셋값 동반 하락
"시장에서 물량 소화 어려워일 정도"
계약 반년 남았는데…"미리 매물 내놓으세요"
입주 아파트 역전세난에 인근 아파트 전셋값 동반 하락
"시장에서 물량 소화 어려워일 정도"
계약 반년 남았는데…"미리 매물 내놓으세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신규 입주단지를 중심으로 연일 하락하고 있다. 입주 아파트로 인한 전세물량 폭탄이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3~4개월 전에 나오던 입주아파트 전세매물도 서둘러 내놓는 분위기다. 그만큼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강남구 반포동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를 들인 김모씨는 계약을 중개했던 중개사무소로부터 최근 연락을 받았다. 계약기간이 끝나가니 다시 전세를 놓을 요량이라면 서둘러 매물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계약 만기가 아직 6개월가량 남았는데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김씨에게 중개사는 "오는 8월 입주예정인 래미안 원베일리와 겹치다보면 전세가 제 때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며 "매물 등록이 두어달만 늦어져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입주아파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은 단연 '개포동' 일대다. 3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개포동에서는 오는 2월 28일부터 3375가구 규모인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입주가 시작된다. 입주를 앞두고 1310건의 전세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다. 매물이 쏟아지며 호가는 초기의 절반으로 낮아졌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단지다보니 매물은 넘치는 수준이다.
1300가구가 절반까지 낮아진 가격에 세입자를 찾으면서 일대 전셋값도 추락했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이달 5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9월만 하더라도 전세 보증금이 11억5000만원에 달했는데, 약 1년 3개월 만에 반값으로 주저앉았다.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전용 59㎡ 역시 13억원까지 올랐던 전셋값이 최근 1년 사이 7억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전세 호가는 더 하락해 6억원대에 진입하며 반토막이 났다.
가뜩이나 월세 인기가 높아져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매물까지 급증하니 시세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개업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1·3대책으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 점도 향후 전세 매물이 증가한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와 내년 입주가 예정된 서울 아파트 단지도 많다. 올해 2만2820가구, 내년 1만4104가구로 4만 가구가 예정됐다. 상반기에만 2월 개포자이 프레지던스(3375가구)와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가 입주하고 5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152가구)', 6월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1163가구)' 등 1000가구 넘는 대단지가 줄줄이 입주할 예정이다.
내달 동작구 흑석동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흑석리버파크자이도 전세 매물이 31일 기준 336건에 달했다. 전세 매물이 늘어나면서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세 호가는 전용 59㎡ 기준 4억5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말 8억원을 오가던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10억원 수준이던 전용 84㎡ 전세 호가도 5억5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던 예비 입주자들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호가를 계속 낮춘 결과다.
앞서 강서구 화곡동도 지난해 576가구 규모 '우장산 숲 아이파크'가 입주하면서 전셋값 급락을 겪었다. 입주장 초기 7억원이던 이 아파트 전용 59㎡ 전세 호가는 3억5000만원까지 추락했는데, 7억원 수준이던 인근 아파트 전용 59㎡ 전셋값도 4억원까지 낮아졌다. 입주장은 끝났지만, 현재도 4억원대 전세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주 단지로 인한 전셋값 하락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남구 전셋값은 3.42%, 동작구와 강서구는 각각 2.92%, 3.83% 낮아졌다.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구와 신축 아파트 입주기간이 진행 중인 강서구는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 평균 낙폭 3.15%도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입주장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던 역전세난의 파급력이 수요 감소와 맞물려 한층 커졌다고 지적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은 "고금리로 전세 인기가 낮아졌고, 전세 사기 우려도 커졌다. 시장에서 대규모 공급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예전에도 입주장에 역전세난이 잠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전셋값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강남구 반포동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를 들인 김모씨는 계약을 중개했던 중개사무소로부터 최근 연락을 받았다. 계약기간이 끝나가니 다시 전세를 놓을 요량이라면 서둘러 매물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계약 만기가 아직 6개월가량 남았는데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김씨에게 중개사는 "오는 8월 입주예정인 래미안 원베일리와 겹치다보면 전세가 제 때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며 "매물 등록이 두어달만 늦어져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입주아파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은 단연 '개포동' 일대다. 3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개포동에서는 오는 2월 28일부터 3375가구 규모인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입주가 시작된다. 입주를 앞두고 1310건의 전세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다. 매물이 쏟아지며 호가는 초기의 절반으로 낮아졌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단지다보니 매물은 넘치는 수준이다.
전세 외면 이어지는 와중에 매물 1300건 급증
한 개업중개사는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전세 매물이 처음 나올 때는 전용 59㎡ 호가가 13억원이었는데, 매물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주 예정 기간이 오는 5월 29일까지이니, 잔금 날짜가 가까워지면 전셋값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1300가구가 절반까지 낮아진 가격에 세입자를 찾으면서 일대 전셋값도 추락했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이달 5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9월만 하더라도 전세 보증금이 11억5000만원에 달했는데, 약 1년 3개월 만에 반값으로 주저앉았다.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전용 59㎡ 역시 13억원까지 올랐던 전셋값이 최근 1년 사이 7억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전세 호가는 더 하락해 6억원대에 진입하며 반토막이 났다.
가뜩이나 월세 인기가 높아져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매물까지 급증하니 시세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개업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1·3대책으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 점도 향후 전세 매물이 증가한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와 내년 입주가 예정된 서울 아파트 단지도 많다. 올해 2만2820가구, 내년 1만4104가구로 4만 가구가 예정됐다. 상반기에만 2월 개포자이 프레지던스(3375가구)와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가 입주하고 5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152가구)', 6월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1163가구)' 등 1000가구 넘는 대단지가 줄줄이 입주할 예정이다.
내달 동작구 흑석동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흑석리버파크자이도 전세 매물이 31일 기준 336건에 달했다. 전세 매물이 늘어나면서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세 호가는 전용 59㎡ 기준 4억5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말 8억원을 오가던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10억원 수준이던 전용 84㎡ 전세 호가도 5억5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던 예비 입주자들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호가를 계속 낮춘 결과다.
"파급력 커진 입주장 역전세난…지역 전셋값 휘청"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도 레벨이 낮아지고 있다. 길 건너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84㎡는 지난해 9월 8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최근 호가는 5억2000만원까지 미끄러졌다. 바로 옆 '롯데캐슬에듀포레' 전용 84㎡ 전세 호가도 4억7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4월 11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가격이다.앞서 강서구 화곡동도 지난해 576가구 규모 '우장산 숲 아이파크'가 입주하면서 전셋값 급락을 겪었다. 입주장 초기 7억원이던 이 아파트 전용 59㎡ 전세 호가는 3억5000만원까지 추락했는데, 7억원 수준이던 인근 아파트 전용 59㎡ 전셋값도 4억원까지 낮아졌다. 입주장은 끝났지만, 현재도 4억원대 전세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주 단지로 인한 전셋값 하락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남구 전셋값은 3.42%, 동작구와 강서구는 각각 2.92%, 3.83% 낮아졌다.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구와 신축 아파트 입주기간이 진행 중인 강서구는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 평균 낙폭 3.15%도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입주장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던 역전세난의 파급력이 수요 감소와 맞물려 한층 커졌다고 지적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은 "고금리로 전세 인기가 낮아졌고, 전세 사기 우려도 커졌다. 시장에서 대규모 공급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예전에도 입주장에 역전세난이 잠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전셋값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