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운데)와 박홍근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가운데)와 박홍근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며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재소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소환을 거부할 경우 제기될 정치적 비판을 피하면서 향후 여론전을 위한 전열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 서울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의 세 번째 소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참으로 억지스럽고 검찰권을 이용해 진실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기소를 목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며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 생각하고 소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저의 부족함으로 선거에서 패배했고, 그 패배로 인해 사회 각 분야가 퇴보하고, 국민이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국민이 겪는 고통이나 사회가 퇴보하면서 받는 엄청난 피해에 비하면 제가 승자의 발길질을 당하고 밟힌다 한들 우리 국민의 고통에 비교하겠느냐”고 했다.

검찰의 소환 요구가 대선 패배에 따른 정치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향후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후 재판 가능성까지 고려하며 명분 싸움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출석 일자와 관련해서는 “가급적 주중에는 일할 수 있게 주말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당내 의원과 지지자들을 향해선 “저하고 변호사하고 가겠다”며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 아프시더라도 절대로 오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과 별도로 당 지도부는 대규모 장외투쟁으로 공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4일 서울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장외집회 성격의 대국민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엔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민주당 소속 전체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핵심 당원 등이 참여할 것이라고 박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 차원에서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 대표 간담회에 동석해 “이번 주말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100일 되는 날이다. 당 차원에서 검사 독재정권 규탄과 민생파탄 국민보고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에서 정부의 국정 무능과 야당 탄압을 비판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제1당의 장외투쟁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1당이 장외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떼를 지어 힘을 과시해 검찰 수사에 저항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공당이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그냥 ‘이재명 대표 방탄 읍소’를 위한 장외투쟁을 시작한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깔끔하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이유정/원종환 기자 yjlee@hankyung.com